육순례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B2C컨택센터장
상담 경력 31년…조직 내 첫 여성 관리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제가 입사했던 1990년대만 해도, 여성 관리자가 전무했어요. 신입사원 교육 때 제가 ‘LG전자는 여성도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요?’라고 질문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제가 최초 여성관리자가 됐고, 지금까지 31년의 경력을 쌓아온 원동력이 됐습니다.”
LG전자 내에서 가장 오랜 상담 경력을 가진 주인공이 있다. 상담사 경력만 31년을 가진 육순례(53) 하이텔레서비스 B2C컨택센터장이다. 1993년 LG전자 상담사로 입사해 2002년 최초의 여성 관리자로 선임됐다. 이후 지방센터장(부산/창원지역) 등을 거쳐 현재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육 센터장은 수십년 간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해온 리더다. 상담사일 때는 컨설턴트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리더가 되고 나서는 조직 관리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육 센터장은 “상담사는 제품 습득은 기본이고 여기에 유연한 응대 스킬을 녹여내야 하는, 기술력과 응대력을 모두 갖춰야하는 직업”이라며 “그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퇴근 후에 관련 서적을 읽거나 컨퍼런스에 참여해 고객의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거나 고객에게 칭찬받기 위한 나만의 차별화된 스킬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8년 시간대별로 AS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기획해 LG전자 최우수 성과자 중 한 명으로 우수사원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AS 접수는 오전/오후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었지만, 이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입사 때부터 품은 남다른 야망에서 나왔다. 육 센터장은 “입사 때부터 여성 리더로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며 “당시엔 여성 관리자가 전혀 없어서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입사 교육 때 ‘이 회사는 여자도 성장할 수 있는 곳이냐’ 질문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여성 관리자로서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31년 간 커리어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첫 여성 관리자로서 고충도 많았다. ‘최초’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컸다. 육 센터장은 “제가 실패할 경우 다음 후배들이 여성 관리자로서 선임되는 데 나쁜 선례를 남길까 두려웠다”며 “여성 관리자로서 남들의 시선이나 조직 문화를 바꿔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직원들이 그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육 센터장은 “직원들에게 ‘요즘은 어때?’ ‘아픈 데는 없니?’라며 관심을 가져주고, 인간적이고 정감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며 “긍정적인 멘트를 자주 쓰며 다가가니 직원들과 신뢰 관계가 구축되고, 소통도 원활해졌다”고 비결을 전했다.
최근 AI 기술이 상담컨설턴팅에 도입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상담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육 센터장은 “AI가 완전한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담은 결국 진심이 닿아야 해결되는 것”이라며 사람 간에 신뢰하고 공감하고, 관계가 형성되면서 해결되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데이터 기반의 지원에는 정말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고객에게 완전한 케어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는 AI와 우리 사람이 같이 공존하면 더 효율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 센터장은 31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국 베이징·난징,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 해외 콜센터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시청, 대학교 등 공공기관 콜센터 강의도 나서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22년 한국표준협회 주관 국가품질경영대회 산업통상부장관상 수상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