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새 오징어 생산량 반토막…자연 감소·수온 상승 영향
오징어 가격 30% 상승…정부, 이달 비축물량 200t 추가 공급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이상기후로 국내산 오징어 생산량이 꾸준히 줄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정부는 오징어에 대한 비축 물량을 방출해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6일 통계청 ‘2023년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2만3300t(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3만6600t) 대비 36% 가까이 감소한 규모다. 5년 전(4만6300t)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국내산 오징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값도 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5일 물오징어 1마리 소매 가격은 9181원으로 전년(6876원) 대비 33.5% 올랐다.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국산 생오징어 1마리(300g) 판매가도 9980원으로 전년(7280원) 대비 37.1% 상승했다. 국내산 오징어가 귀해지자, 원양산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오징어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물가 관리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1039t의 비축 물량을 방출했다. 지난 1~2월에는 589t을 방출했고, 이달 중 200t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정부 비축 물량에 따라 저렴한 오징어를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정부 비축 물량인 물가안정 오징어(원양산, 냉동, 마리)를 21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산 생물 오징어의 어획량 감소로 인해 생물 오징어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시세 또한 약 30% 오른 상황”이라며 “지역별 산지에 위치한 로컬 MD가 직접 경매장 혹은 어가를 방문해 시장 상황을 파악한 뒤 생물 오징어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오징어 생산량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박사는 “오징어처럼 바다 표층 가까이에 서식하는 어종들은 해면 수온 상승에 굉장히 민감히 반응한다”며 “예년에 비해 수온이 2℃에서 4℃가량 높아져 조업할 수 있는 어장에서 벗어나 북쪽과 외해로 이동해 생산량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박사는 오징어가 명태 같은 어종과 달리 주요 어종의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명태는 한류성 어종이라 우리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좀 더 높은 위도에 있는 일본이나 북한, 러시아 수역이 좀 더 적합한 서식지가 된다”며 “오징어는 산란을 주로 남쪽에서 하고 여름철이 되면 러시아 수역까지 올라갔다 온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회유하는 특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개체 수와 어획량이 줄어도 조업은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수온이 올라가면서 연안에서 잡히는 어종 생산량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동해안에서는 방어와 삼치 등 수온이 따뜻한 바다에 적응하는 난류성 어종의 생산량이 과거보다 늘었다. 실제 지난해 방어류 생산량은 2만5400t으로 전년(2만1300t)대비 19.3% 늘었다. 삼치류는 4만5700t으로 전년(3만5700t)대비 28% 증가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89.6%, 42.4%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