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범 A군, 연예인 지망생 보려고 현장 방문
언론에 보도되고 주목받기 위해 범행 저질러
범행 사용 둔기, 안정감 느끼기 위해 평소 휴대
특정 정당 지지 아냐…사회 이슈 관심 많은 학생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경찰이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돌로 내려친 중학생 A군(15)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군의 범행 동기에 대해 “언론에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고 밝히면서, 범행을 계획한적 없는 우발·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A군은 평소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범행에 사용한 돌을 들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으며 특정 정치적 성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김동수 강남경찰서장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습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A군을 특수상해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A군이 연예인 지망생 B씨를 보기 위해 우연히 현장에 갔다가 언론 등의 관심을 받기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배 의원을 상대로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거나 타인과 공모한 정황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배 의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5시20분께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달려든 A군에게 돌덩이로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당했다. A군은 배 의원이 쓰러진 후에도 여러 차례 배 의원의 머리를 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강남경찰서장을 팀장으로 27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사건의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해왔다.
“언론에 주목받고 싶어 범행…범행 사용한 돌덩이, 안정감 느끼려 휴대”
경찰은 A군이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A군이 범행 현장에서 벗어날 의사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 ‘계획범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프로파일러·정신과 전문의 등의 의견과 A군의 노트북·스마트폰 등을 포렌식한 결과 범행을 계획하거나 공모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A군은 당일 연예인 지망생 B씨를 보기 위해 해당 건물에 갔다가 우연히 배 의원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B씨가 해당 건물 식당에 예약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배 의원이 같은 건물의 미용실을 예약하기 전에 현장을 찾았다.
경찰은 “현장에 B씨를 만나러간 A군이 기다리다가 차에서 내린 여성을 발견하고, 다가가 얼굴을 확인하니 배현진 의원이냐고 물은 것이다. 수사를 종합하면 A군이 유명인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기대하고, 주목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구체적인 범행 이유를 진술하지 않았지만, A군의 과거 행적과 핸드폰·노트북 등 포렌식 결과를 고려했을 때 A군의 범행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있으면 집중적으로 검색했다”라며 “배 의원의 경우에도 과거에 검색한 기록이 일부 있지만, 최근에는 검색하지 않았다. 배 의원을 검색한 시점과 내용이 범행을 실행에 옮긴 시점과 상당 기간 떨어져 있어서 이 사건과 직접 연결 지을 정황과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A군이 범행에 사용한 ‘돌’은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평소에도 휴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군이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돌을 범행 당일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주워 휴대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피의자 부모와 그간의 행적을 종합해보면, A군은 평소에도 돌을 주운 뒤 소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특별한 정치적 동기 없어…이재명 대표 법원 출석도 우연히 간 것”
경찰은 A군의 범행을 ‘정치 테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A군의 범행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 사건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많았다. 불과 한달 사이 이 대표와 배 의원 습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A군의 범행은 이 대표가 습격당한 후 23일 뒤 발생했다. 이 때문에 A군의 범행 역시 정치인을 미리 선정하고 계획적 모방범죄를 벌인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과 이 사건을 연결 지을만한 정황이나 내용은 없었다”라며 “특별히 정치적 동기가 있을만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27분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를 시찰하다 지지자로 위장해 접근한 김씨에게 흉기로 왼쪽 목 부위를 찔렸다.
경찰은 A군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의견에도 선을 그었다. 경찰은 ‘이 대표 지지 집회에 참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연히 경복궁 낙서범을 보기 위해 법원에 갔다가 현장에서 우연히 이 대표를 조우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집회를 본인 의사로 간 것이 아니고, 우연히 한 번 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평소 A군은 정치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할만한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라며 “언론을 통해 일정과 장소를 알고 자신의 행동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기대하고 주목을 받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A군은 지난해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설 모(28)씨의 영장심사 출석 현장에 나타나 설 씨에게 지갑을 던지고, 마약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돼 마포경찰서를 빠져나오던 배우 유아인(38)에게 커피를 던진 인물과 동일 인물로 확인된 바 있다.
김 서장은 “경찰은 피의자의 부모와 주변인들, 목격자 등에 대해 조사했고 피의자 주거지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한 포렌식을 거쳐 피의자의 통화 내용과 계좌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라며 “향후 경찰에서는 검찰과 협력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