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 경제고, 경제가 외교” 기조 벗어났다
외교적 결례 논란에도 의대파업 등 현안 챙겨야
“신년대담 준비하며 아버지 말씀 돌이킨 듯”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독일·덴마크 등 국제 무대 대신 국내를 누비기로 결정했다. 외교적 결례를 무릅쓸만큼 윤 대통령이 국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년대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경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설 연휴가 껴있던 지난 주말 최종적으로 순방을 순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통령실은 18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각각 국빈, 공식 방문 형식으로 찾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해 왔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흘 남긴 상황에서 연기 결정을 한 건 그만큼 국내 현안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이야기다.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의료 공백이 우려되고, 체감 경기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밖에 김건희 여사의 순방 참여 여부, 야당의 공세 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논의 끝에 주말 경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윤 대통령이 그동안 외교 행보를 하면서 국민의 곁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니 이런 점을 다각도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도 전직 대통령들이 순방을 연기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스스로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일컬을만큼 외교 세일즈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이번 순방 연기를 통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을 직접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스탠스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책을 다시 읽고 유훈을 새기면서 국민 옆에 있겠다는 각오를 다시 되짚으신 것으로 안다”며 “경제 사정이 안좋고,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여러 고민을 겪는 국민들의 이야기를 여러 장소에서 더 듣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신년 대담에서 선친인 고 윤기중 교수의 책장을 공개하고, 선친의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을 소개하는 등 아버지의 말씀을 새기기도 했다.
해외 순방을 순연한 대신 윤 대통령은 전국 곳곳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열한번째 민생토론회를 기점으로 방문지를 늘려갈 전망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특정 지역을 국한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주제가 가장 잘 부각되거나, 현안이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시기 등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