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평단 8만9291원인데, 주당 13만원 바라는 건 욕심일까요? 배당 받을 때까진 무조건 들고 있을 예정입니다.”(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기아의 주가가 29일 증시에서 큰 폭으로 상승,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에 근접하며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분위기다.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와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10만원 대’ 진입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는 동시에 3년 전 쯤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 기록도 경신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83% 상승한 9만99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 주가는 장중 10만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터치했다.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 기록인 10만원은 지난해 12월 28일 기록한 바 있다.
기아 시가총액은 이날 40조1642억원으로 셀트리온(39조6071억원)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기아 주가가 이날 상승한 데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급 실적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은 60.5% 늘어난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성적표다.
기아와 함께 현대차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 54%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주가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3% 상승한 19만5600원을 기록, 20만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중에는 19만7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역대급 실적을 반영한 배당 역시 현대차·기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3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8400원으로 결정했다. 2023년 연간 배당은 2·3분기 배당 합계 3000원(분기별 각 15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63% 증가한 주당 1만1400원으로 책정됐다. 연간 배당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기아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3분기까지 경영목표를 달성할 경우 100%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말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정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강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급 실적은 이미 예견된 만큼,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 우려가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올 들어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투자 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상인증권은 기존 31만원에서 26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아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교보증권은 기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 수요 성장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해지면서 판매량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에 다소 주춤해졌고 올해 산업 수요 전망에 있어서도 주력시장이라 할 수 있는 내수 및 북미·유럽 지역의 성장세가 전년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판매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올해 목표를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4~5%, 영업이익률 목표는 8~9%로 제시했고, 기아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률 목표치를 각각 3.6%, 3.4%로 잡았다.
한편, 올해 상반기에도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인센티브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재고 수준이 1.8개월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는 안정적인 실적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 15조원 수준의 이익 규모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아에 대해 “매크로 환경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강세가 뚜렷할 것”이라며 “전기차는 하반기부터 EV 3·4·5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전기차 성과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