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기지 공격으로 미군 3명 사망
바이든 대통령 보복 선언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친이란 무장단체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공격을 퍼부어 처음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가 보복을 선언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더욱 고조되는 형국이다.
친이란 무장단체 공격한 ‘타워 22’는? 요르단 미군 주둔지
이번에 친이란 무장단체가 공격한 ‘타워 22’는 요르단 미군 주둔지다.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중동의 요충지이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로이터통신은 “요르단 북동쪽 끝단의 전략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있는 이 기지와 관련해선 대중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고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다만 “이곳에서 멀지 않은 시리아 남부 지역에는 소수의 미군이 주둔 중인 알탄프 기지가 있고, 알탄프는 과거 시리아와 이라크를 장악했던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국제연합군의 싸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타워 22’가 위치한 요르단은 미국의 중동 내 주요 동맹국으로, 미 정부의 해외 군사자금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수백명의 미국 교관이 있으며 연중 미군 병사들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몇 안 되는 역내 동맹국이다.
요르단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부터 시리아와 이라크 무장세력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 ‘국경 안보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정교한 감시 체계를 구축했는데 미국은 이를 돕는 데 수억달러를 써 왔다.
친이란 세력 견제 역할…“350명 주둔”
이란이 ‘타워 22’를 겨냥한 것은 이곳이 친이란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IS 패망 후에도 시리아에 약 9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왔으며 알탄프 기지는 시리아 동부 친이란 세력의 군사력 증강을 억제하는 전략에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타워 22’는 유사시 알탄프 기지를 지원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위치해 있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지역 내 무장세력을 견제하거나 IS의 잔당이 다시 세력을 확장하는 걸 감시하는 역할도 수행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번 공격 당시 ‘타워 22’에 미군 병사가 얼마나 주둔해 있었는지, 미군 방어 시스템이 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 요격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요르단 아즈락의 공군 기지에 약 2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타워 22에는 알탄프 기지를 지원하는 특수 작전 부대, 군사 훈련병 및 요원들이 배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약 350명의 병력이 타워 22에 주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 중부사령부는 사망자가 3명, 부상자가 25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미 당국자는 최소 34명에 대해 외상성 뇌 손상 여부를 관찰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바이든, 보복 선언…‘게임 체인저’ 되나
이번 공격에 대해 미국이 보복을 선언하면서 중동의 확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타워 22가 전날 밤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면서 “사실관계를 아직 확인하고 있지만 이란이 후원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가 공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배후를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보복을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이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국민 보호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는 미국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재선에 도전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이 부진한 가운데, 공화당 측으로부터 중동 내 제한적 공격에 대한 비난을 받아 온 만큼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찰스 리스터 중동연구소(MEI)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란과 미국의 대치가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군 사망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대응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이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