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미 플라스틱이 잔뜩 사용된 제품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소비 환경이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참가자 박은혜 씨)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37.6%는 생수나 음료수 페트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페트병을 비롯해 식품 포장재로 범위를 넓히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78.3%에 이른다.
매일 사 먹는 물이나 음료수가 전부 페트병에 담겨 있으니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 해도 줄이기 힘들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재활용만 해서는 쓰레기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한번 쓰고 버리는 페트병을 쓸 게 아니라 회수할 수 있는 유리병 등을 재사용하거나 아예 리필해 먹는 시스템을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4일 발간한 ‘2023 플라스틱 배출기업 조사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참가자 2084명이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사와 제품군, 플라스틱 재질, 수량 등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입력하는 방식으로 조사됐다.
2084명이 일주일 간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총 8만6055개로 나타났다. 1인당 일주일에 약 41.3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셈이다.
이중 가장 많은 건 식품 포장재(78.3%)였다. 비닐봉투 및 비닐 포장재(8.5%), 개인위새움류)8.5%), 기타(2.3%), 배송 포장재(1.1%), 포장용 랩(0.8%), 일회용 마스크(0.6%) 등이 뒤를 이었다.
식품 포장재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중 ‘만년 1등’이다.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사한 이래로 ▷2020년 71.8% ▷2021년 78.1% ▷2022년 73.2% 2023년 78.3%로 줄곧 70%대를 훌쩍 넘겼다.
많이 나오는 식품 포장재 쓰레기 유형도 굳어졌다. 생수 및 음료류 포장재(37.6%), 과자나 사탕을 포장하는 간식류 포장재(15.3%), 즉석밥,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류(14.3%)가 각각 1, 2, 3위로 전년과 동일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품 포장재부터 바뀌어야 한다.
국내에서 음료를 파는 업체들은 대부분 재활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쉽도록 만들거나 재활용된 원료를 사용하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재활용만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페트병 쓰레기 자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재활용 페트병을 늘리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2021년 16.4%다. 2017년(13%)보다 약 3%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간 생활계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298만t에서 2021년 468만t으로 약 57% 폭증했다.
생수 및 음료류 상위 5개 제조 업체(롯데칠성음료·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코카콜라·쿠팡·동아오츠카) 중 재사용 계획을 제대로 갖춘 곳은 코카콜라뿐이었다.
탐사수 단일 품목으로 생수 및 음료 제조 업체 중 4위를 차지한 쿠팡의 경우 일부 배송에서 재사용 가방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음료를 담는 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글로벌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음료의 25% 이상을 리필할 수 있도록 음료수 디스펜서에서 판매하거나 반환할 수 있는 재사용 병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포장재를 퇴출해야 한다. 대신 포장재 없이 음료만 구입할 수 있는 ‘리필’이나 재사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린피스의 제언이다.
그린피스는 “재사용과 리필시스템 도입이라는 바람직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이라는 잘못된 해결책 뒤에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재사용병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고, 국내 기업의 경우 재사용 시스템을 기획하거나 채택한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