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이하 공장 대만 본토로 집결

삼성전자 역시 용인에 핵심 거점 둬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동시에 자국 거점 움직임 커

삼성·TSMC가 해외에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 결국 믿을 건 ‘안방’ 뿐 [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자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글로벌 곳곳에 생산 기지 마련한다 해도…결국 믿을 건 ‘홈타운’ 뿐!”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설계) 업체 대만 TSMC가 자국 내 1나노 웨이퍼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등 여러 곳에 반도체 팹을 건설 중이지만, 결국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은 국가핵심산업 기밀과 직결되는 만큼, ‘본토’에 놓는 것이 마음이 놓이나 봅니다.

사실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테일러시에 새 파운드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용인 메가 클러스터에 50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공급망 다변화 속에서도 그 중심은 한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글로벌 생산기지 중 중심축 역할을 하는 마더팩토리를 자국에 두려는 이유로는 인력 문제가 꼽힙니다. 오랜 기간 반도체 제조 시설이 동아시아에 집중돼있다 보니, 반도체 제조에 특화돼있는 인력을 다른 곳에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북미와 유럽의 업무 문화가 생산 시설 거점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자국거점주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나노 이하 공장은 본토에”…TSMC, 수십조원 투자

최근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 남서부 자이현 타이바오시의 과학 단지에 새로운 1나노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00헥타르(100만㎡) 규모의 공장 용지 중 60헥타르에는 1나노 공장, 40헥타르에는 최신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 소식통을 통해 전했습니다. 1나노 공장 건설에는 약 1조 대만 달러, 한화 약 43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TSMC는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공장을 대만 내로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앞서 대만 중부 타이중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연내 1.4나노 공정 첨단 반도체 공장 착공을 준비 중입니다. 대만 남부 가오슝에는 2나노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공식 밝혔습니다. 내년부터 2나노 이하 공정 경쟁이 본격화될 가운데 차세대 기술 거점은 ‘대만 본토’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TSMC도 미국과 일본 등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만에 짓는 공장 보다 최첨단은 아닙니다. 내달 말 준공식을 여는 일본 구마모토 첫 공장에서는 특수 공정 개발에 중점을 두고 12나노, 16나노, 22나노, 28나노 공정 등을 기반으로 칩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일본 제2공장도 7나노 공정에 그칩니다. 미국 애리조나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부터 4나노 제품을, 2026년에는 3나노 제품을 양산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도 2나노 이하 첨단 공정 거점은 향후 조성될 용인 국가 산단에 둘 계획입니다. 360조원을 투입해 팹 6기를 지을 예정인데, 가장 먼저 착공되는 팹은 2030년 가동이 목표입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용인을 거점 삼아 1~2나노 제품 대량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평택-기흥에 이어 용인까지 국내에 첨단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집중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원래 분업이었는데…” 인력·보안 문제로 복잡해진 셈법

이러한 ‘본토 거점화’ 배경에는 인력 문제와 보안 이슈가 꼽힙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이전까지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철저한 분업이었습니다. 반도체 제조는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소부장은 일본, 그 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디자인하우스, IP, EDA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미국이 맡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거세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옛 반도체 명성을 되찾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부활’ 기조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새로운 공장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짓기로 결정하며 이러한 트렌드에 동참했습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유치하려는 각국의 보조금 러브콜도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어져온 분업 시스템으로 인한 인력 조달 문제가 애로사항으로 부상했습니다. 아시아 지역 인력들은 뛰어난 손재주와 성실성이 강점입니다. 근무 제도와 업무 문화 등도 반도체 제조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 제조에 있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인력”이라며 “북미, 유럽 근로자는 솔직히 한국과 대만 근로자만큼 성실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운영할 경우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도 TSMC가 처음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할 때부터 일관적으로 부정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인건비와 인력 숙달도, 업무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 미국 공장 운영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의 ‘무노조 경영’ 원칙도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갈등을 빚으며 아슬아슬합니다.

해외에 최첨단 공정 팹을 둘 경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2나노 공정 경쟁은 단 몇개월의 기술 격차로 승패가 갈릴 전망입니다. 특히, 파운드리 산업은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될 정도로 기밀 유지가 중요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경쟁사의 본토이기도 한 해외에 최첨단 기반 공장을 둘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제안보, 반도체 보조금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