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카드론 실적 30% 줄여
위기에 외형경쟁…부메랑 될 수도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현대카드가 결제 부문 ‘톱2’에 입성했다. 실적 부문에서는 아직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1·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모든 카드사가 위기 대응을 위해 움츠러드는 사이 활발한 마케팅으로 마켓파워부터 키워보겠다는 심산이다.
30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 11월 국내외 신용판매 취급액은 10조99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기록한 11조원에 이어 업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용판매 취급액이란 국내와 해외에서 개인이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한 일시불·할부 결제금액을 집계한 용어다. 보통 전업 카드사의 시장점유율(MS)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특히 신용판매 ‘톱2’ 자리를 지켜온 삼성카드를 두 달 연속 앞지르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지난 11월 삼성카드의 신용판매 취급액은 10조5043억원으로 현대카드에 약 4000억원 뒤쳐졌다. 10월에도 10조8806억원을 기록하며 현대카드 뒤를 이었다.
현대카드가 톱2로 입성할 수 있었던 데는 선제적인 ‘외형 축소’가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카드사가 외형 경쟁을 할 때, 미리 한 발 물러서 영업을 줄이는 정책을 택했다는 얘기다.
현대카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현금서비스 영업실적(이용금액기준)은 2021영 3분기 4조1581억원에서 이듬해 3조9720억원, 올해 3조787억원으로 매해 꾸준히 줄었다. 2년만에 25%가 줄어든 것이다.
카드론 취급액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지난 2021년 3분기 현대카드의 카드론 영업실적은 6조2269억원이었지만, 올해 3분기는 3조9815억원으로 감소폭이 36%에 달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카드사태 수준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 하에 위험성(리스크)이 있는 신용대출 성격의 대출채권을 줄이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올해 대손충당금도 적게 쌓을 수 있었고, 오히려 순익 증가의 결과를 불러왔다.
이같은 선제적인 정책은 모든 카드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활발한 외형 성장을 꾀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카드사는 4대 보험 및 세금 납부 시 무이자 할부 혜택을 모두 줄였지만 현대카드는 계속 진행 중이다. 또 내실에 집중하는 타사와 달리 현재 현대카드는 계열사 내부시장인 현대·기아차를 위해 캐시백 정책을 유지하는 등 회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유일하게 애플페이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품기획부터 개발, 그리고 파트너사와의 마케팅 협업에 이르는 전반에 데이터 사이언스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을 동반한 마케팅 전략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이같은 외형 성장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각사 분기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3분기 누적 기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영업이익률은 0.52%에 달했지만, 현대카드의 영업이익률은 0.29%에 그쳤다. 최근 국내 전업 카드사는 카드채의 금리가 소폭 가라앉았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기 이전에 비하면 2~3배가 오른 조달 비용으로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한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조달 비용이 높아질 때는 자기자본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단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회원을 확보해놓으면 상황이 좋아졌을 때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