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올해 역대 최고 순익 ‘16조3000억원’ 전망
KB금융은 순익 ‘5조원대’ 입성…우리금융은 실적 하락
순익 증가세 이끌었던 ‘기업대출’ 성장에 걸림돌 산적
“‘2조원’ 이상 상생금융도 실적에 악영향 줄 것”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시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세 둔화, 고금리로 인한 대출수요 감소 등 기존 우려가 무색하게 이자·비이자이익을 늘려온 결과다. 다만, 시장에서는 내년부터는 실적 호황기가 끝나고 순익 감소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호실적을 이끈 기업대출 영업에 한계가 예상되는 데다,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상생금융 지출이 결정되면서다.
KB금융 순익 ‘5조원’ 넘나…비이자이익에 ‘희비교차’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익 전망치는 16조3114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15조7312억원)와 비교해 5802억원(3.68%)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개 주요 금융지주가 고른 성장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유독 KB금융의 실적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KB금융의 순익 전망치는 올해 5조504억원으로 지난해(4조3948억원)와 비교해 14.9%(6556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KB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순익(4조3704억원)과 당기순익(1조3737억원)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며, 일찌감치 ‘5조 클럽’ 입성이 예견된 상태다.
하나금융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3조7045억원으로 지난해(3조5524억원)와 비교해 4.3%(1521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같은 기간 4조6423억원에서 0.5%(239억원) 소폭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의 올해 순익 전망치는 2조8903억원으로 지난해(3조1417억원)와 비교해 8%가량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희비를 가른 것은 비이자이익이었다. 올해 최고 실적 성장세를 보인 KB금융의 3분기 말 기준 비이자이익은 3조7758억원으로 지난해(2조681억원)와 비교해 82.6% 늘었다.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7520억원에서 1조6960억원으로 125.5% 증가했다. 반면 저성장이 예상되는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9458억원으로 32.9% 늘었다. 우리금융은 비이자이익이 9140억원에서 8980억원으로 줄었다.
이자이익은 고루 늘었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4대 금융의 이자이익은 30조2433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2177억원)와 비교해 3.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은 ▷KB금융 5.31%(4464억원) ▷우리금융 3.96%(2520억원) ▷신한금융 2.54%(1996억원) ▷하나금융 1.92%(1276억원)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예금금리 등 이자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가계대출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이자이익 확보에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대출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저금리 정책모기지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 계열사인 은행권 이자이익은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늘리기도 ‘한계’ 봉착…상생금융 영향도
하지만 내년에도 금융사의 이 같은 성장이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당장 이자이익을 뒷받침하던 기업대출 영업에 한계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대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99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경기둔화가 이어지며 부실차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과 비교해 1.8배가량 상승했다.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하반기 들어 음수로 전환했다. 해당 수치가 음수로 나오면 은행이 전반적으로 대출 태도를 강화한다는 얘기다.
비교적 건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은행권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14.7%로 기업대출 성장(6.6%)을 이끌었다. 회사채 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을 찾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최근 미국서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강해지며, 회사채 금리 또한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처럼 회사채를 찾는 수요가 늘 경우, 은행 대출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실적 전망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약 527조원으로 전월 대비 8600억원가량 늘었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폭이 5조원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물론 내년 중 예정된 대규모 정책금융 공급에 따라,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정부에서 가계대출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자발적 대출 수요를 늘려,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생금융에 따른 단기 실적 악화도 예상된다. 국내 18개 은행은 당기순익의 10% 수준, 총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지원 등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내년 1분기 중 50% 집행을 목표로 하는 만큼, 내년 상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올해 안에 일정 규모의 상생금융 비용 반영을 추진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인 상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도 기존 전망과는 다른 대내외적 요인들이 반영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내년 또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각 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올해 4분기에 상생금융 비용을 반영할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룰지가 결정되고 이에 따른 실적 차이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