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필수’ 코로나19 팬데믹 공포 시기보다도 낮아
향후 국내 소비재 지출 축소 겹쳐…화장품 시장 침체 장기화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노마스크’ 시대가 찾아왔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이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소비자들이 개인 신용카드로 화장품을 구매한 총액은 1829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팬데믹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3월 1843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통계 작성(2009년 12월)이래 최저치다.
화장품 구매액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12월 2382억원에서 이듬해 1월 2261억원, 2월 2075억원 등으로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접촉이 크게 줄어들고, 재택근무를 장려하면서 화장품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메이크업 화장품 구매가 현저히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돼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장품 구매액은 더 감소해 2022년 2월 1514억원을 저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월간 총액 2000억원대를 완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보복소비 여파에 회복세를 점친 화장품업계 기대가 무색해진 것이다. 전체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이 지난 7월 62조2989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화장품 시장 회복이 유난히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내년 화장품 시장 전망에 대해 “올해와 도긴개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내년 국내 생활소비재 지출이 축소되겠다”면서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지출 여력이 감소하고 소비 밀접 도소매형 지출 비중 또한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도 단기 반등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장품 제조사인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화장품 수요 둔화가 지속돼 단기간 내 성장세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화장품 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2017년 사드 배치 등 여러 고비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2020년 코로나19 이후 시장 정체는 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인식이 퍼졌다.
다만 ‘가성비’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화장품 시장 내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는 더 위축될 수 있지만, 저가 중소형 브랜드는 오히려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소비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대표적인 불황 트렌드인 저가 소비 행태가 강화될 것”이라며 “경기 소비재 중에서도 유행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산업에서 이런 변화가 가장 선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