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파운드리·2나노’의 해
삼성전자, 하이NA 장비 확보 인텔보다 늦어
“1세대 장비 불완전성 고려한 고도의 전략”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2024년 달굴 파운드리, 최대 화두는 ‘2나노’…삼성·TSMC·인텔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까?”
반도체 업계에게 혹독했던 2023년이 지나갔습니다. 내년은 반도체 업황이 올해보다는 훨씬 살아날 전망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D램을 시작으로 확실한 반등에 성공했고,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지금 전세계 주요 국가에 건설 중인 대형 공장이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파운드리 수주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업계의 눈이 쏠리는 건 누가 먼저 안정적인 2나노 공정 기반 양산에 성공하느냐 입니다. 인텔이 ASML의 장비를 먼저 공급받게 됐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2024년 파운드리 시장 양상과 2나노 기술 경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텔에 하이NA 확보 밀렸다? 삼성·TSMC 고도의 전략”
최근 ASML이 자사의 첫 ‘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극자외선) 장비를 인텔에 납품했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이NA’ 장비는 아직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2나노 공정 기반 양산을 위해 필수적인 차세대 EUV 장비입니다. 전세계에서 ASML만이 제조할 수 있고, 내년 파운드리 시장의 키를 쥐고 있는 장비로 꼽힙니다. 가격은 1대당 4000~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중요한 장비를 인텔이 가장 먼저 확보하는데 성공하자 삼성전자와 TSMC가 2나노에 있어서 인텔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NA 장비를 가장 먼저 납품받지 않는 것이 양사의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TSMC가 인텔보다 하이NA를 늦게 받는 것은 전략적 결정”이라며 “통상 가장 먼저 생산되는 1세대 제품은 첫 적용 과정에서 오류도 많이 나고 고칠 것이 많아 사실상 못 쓰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과 TSMC는 인텔이 1세대 하이NA 장비를 사용해보면서 겪을 시행착오가 전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하이NA 초기 물량을 인텔이 받는 건 기술 경쟁력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인텔이 하이NA 장비를 써보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안정화된다면, 삼성과 TSMC 입장에선 천문학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인텔은 내년 2나노, 2025년 1.8나노 진입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여러번 강조해왔습니다. 내년부터 파운드리 회계를 분리하면서 본격적인 외부 수주에 나서는 동시에, ‘세계 최초 2나노 시대 개막’으로 시장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입니다. 삼성·TSMC는 이보다 다소 늦은 2025년 2나노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업계는 인텔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하면서도, 강력한 파운드리 경쟁자가 나타난 건 확실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시장조사기관 노스랜드캐피털마켓은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TSMC에 이은 세계 2위 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분사 시 기업가치는 즉각 1000억 달러(약 130조 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 대륙서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내년 본격 수주 경쟁 예상
내년 전세계 파운드리 생산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현재 미국, 일본 등에 건설 중인 주요 파운드리 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 능력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메모리와 달리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입니다.
우선, 세계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이 2024년 2월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2024년말 12~28나노 기반 제품이 이곳에서 양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TSMC는 지금까지 일본에 3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착공될 제2공장은 6나노급 공정을, 이후 지어질 제3공장은 3나노급 초미세 공정을 맡을 계획입니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 역시 2024년 말 가동을 시작해 2025년 대량양산에 나설 방침입니다. 양산될 제품은 3나노 2세대 또는 4나노로 첨단 공정 기반이 유력합니다.
인텔 역시 현재 여러 대륙에 걸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입니다. 이스라엘에는 최근 32조원을 투자해 추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4조원 가량을 지원합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등에도 300억유로(약 43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2곳을 추가로 짓고, 폴란드 브로츠와프에도 46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도 애리조나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무서운 속도로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7.9%, 삼성전자 12.4%, 글로벌파운드리 6.2%, 대만 UMC 6.0% 등입니다. 내년 인텔의 본격적 참전과 함께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어떤 변화가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