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덱스, 50개 그룹 시총·실적 조사

영업익 증가율도 승계형이 앞서

“승계형 기업 시총이 창업형 기업보다 더 빨리 성장…팬데믹 후 비즈니스 전환 관건” [투자360]
헤럴드DB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창업주 후손이 경영하는 ‘승계형 그룹’이 창업 1세대가 회사를 이끄는 ‘창업형 그룹’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큰 폭으로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승계형 그룹이 보다 더 추진력 있게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피보팅(Pivoting)’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오너가 있는 상위 50개 그룹의 시가총액과 실적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경향이 발견됐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소는 50개 그룹을 창업 1세대가 동일인인 창업형 그룹(17개)과 2∼4세가 동일인인 승계형 그룹(33개)으로 구분하고, 2020년 팬데믹 이후 이들 그룹의 271개 상장계열사를 대상으로 시가총액과 매출액, 영업이익 변화를 분석했다.

“승계형 기업 시총이 창업형 기업보다 더 빨리 성장…팬데믹 후 비즈니스 전환 관건” [투자360]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0∼2022년 해당 연도 연결결산 기준이며, 시가총액은 매년 12월 30일을 기준으로 하되, 올해 시가총액의 경우 이달 15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간 승계형 그룹들은 창업형 그룹보다 매출 증가세는 낮았으나, 영업이익률·시가총액 증가율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승계형 그룹 상장사(213개)의 시가총액은 2020년 12월 30일 1309조3780억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1325조4100억원으로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창업형 그룹들의 상장사(58개)의 시가총액은 223조9650억원에서 219조7610억원으로 1.9% 감소했다.

매출 성장률은 창업형 그룹들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54.4%로 승계형 그룹(44.5%)을 앞섰으나 영업이익 증가율은 승계형 그룹이 81.5%로 창업형 그룹(31.5%)을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창업형 그룹이 9.4%로 승계형 그룹(5.6%)보다 3.8%포인트 높았으나, 2022년에는 창업형 8.0%, 승계형 7.0%로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

리더스인덱스는 이번 조사에 대해 “팬데믹 종료와 함께 정보기술(IT), 플랫폼, 게임 등 창업형 그룹이 주로 포진한 업종이 부진을 겪은 반면, 승계형 그룹들은 전통 산업에서 신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 수익성 위주 산업으로 재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LG(47조828억원)였고, 이어 에코프로(44조6184억원), HD현대(15조5157억원), 카카오(10조1082억원) 등 순이었다.

삼성은 이 기간 시가총액이 61조5585억원 줄어 가장 감소폭이 컸고, 셀트리온(40조8819억원), 네이버(11조3427억원), 넷마블(7조8821억원) 등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