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위스키 수입 전년대비 27% ↑
하이볼 인기 요인, 와인 수입은 감소
디아지오 주가 올 들어 20% 급락
중남미 매출 축소 영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나는 위스키를 정말 좋아하고, 조니워커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술. 너무나도 훌륭한 위스키’ (유튜브 채널 테오의 ‘살롱드립’에 출연한 방송인 신동엽)
방송인 신동엽씨가 최근 유튜브 채널 테오의 ‘살롱드립’에 출연, 위스키 조니워커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신씨는 1990년대 친구가 군대 휴가를 나와 조니워커를 함께 마시다가 조니워커 블루를 발로 차 바닥에 흘렸던 일화를 소개, “친구는 조니워커가 다 같은 조니워커라고 생각하고 조니워커 블루가 얼마나 귀한 술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신의 장인과 얽힌 에피소드도 밝혔다. 그는 “결혼 후 빌라로 이사 갔는데 처가 바로 옆 집이었는데 장인이 주차하다 이웃 차를 긁었다”며 “그래서 내가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고 인사를 하는데 차 주인이 잠깐 들어오라고 해서 갔는데 한 쪽 벽에 조니워커가 꽉 차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고보니 그 분은 조니워커를 생산하는 다국적 주류회사 디아지오코리아의 사장님이었다”며 “이후로 그 분과 엄청나게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조니워커를 비롯한 위스키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6937t(톤)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6.8% 늘었다. 올해를 아직 두 달 남기고 역대 연간 최대치인 2002년(2만7379t) 수준에 육박해 사실상 올해 연간 기록 경신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5662t에서 지난해 2만7038t으로 72.6% 급증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만t 선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위스키 수입이 늘어난 것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사이에서 위스키에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넣어 마시는 하이볼이 인기를 끈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볼을 계기로 위스키가 비싼 술에서 점차 대중적인 술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수입되는 위스키도 예전에 비해 중저가 제품이 대폭 늘었다. 올해 1∼10월 위스키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8% 늘었지만, 수입액은 2억2146만달러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가 많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탄산수에 타 마시는데 굳이 고가의 위스키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중저가 제품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1∼10월의 위스키 수입량을 수입국별로 보면 영국이 2만1698t으로 전체의 80.6%를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영국(스코틀랜드)은 위스키 본고장으로 통한다. 영국 다음으로는 미국(3161t), 일본(1043t), 아일랜드(616t) 등 순이었다.
올해 위스키와 반대로 와인 수입량은 꽤 줄었다. 올해 1∼10월 와인 수입량은 4만7500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8% 줄었고 수입액은 4억2678만달러로 11.6% 감소했다. 이로써 와인 수입량은 2년 연속 줄게 됐다. 와인 수입량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증했다.
2019년 4만3495t에서 2020년 5만4127t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1년 7만6575t으로 급증했으나 지난해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7만1020t으로 소폭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더 감소했다. 와인 수입량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19년(-20.1%) 이후 가장 컸고 수입액이 줄어든 것은 2009년(-32.5%) 이후 처음이다.
올해 1∼10월 와인 수입량을 수입국별로 보면 스페인이 1만386t으로 21.9%를 차지해 가장 많고 칠레(8595t), 프랑스(8532t), 이탈리아(7018t), 미국(4642t), 호주(3050t) 등 순이었다. 그러나 수입액은 프랑스가 1억7천212만달러(40.3%)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미국(6869만달러), 이탈리아(5817만달러), 칠레(3963만달러), 스페인(2601만달러), 호주(1832만달러) 등 순이었다.
이처럼 위스키의 인기는 급상승 중이지만 조니워커를 만드는 글로벌 위스키 기업 디아지오의 주가는 올 들어 크게 급락했다. 영국 증시에서 디아지오 주가는 올 들어 20% 가량 하락했다. 중남이 스카치위스키 판매 부진 여파 등으로 매출이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니워커, 기네스, 탱커레이 등으로 유명한 디아지오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매출이 20%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감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현재 디아지오의 중남미 매출은 글로벌 전체의 1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은 대부분 조니워커 시리즈와 올드파 등이 담당하고 있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가 위스키와 맥주 일부 제품의 유흥용 및 가정용 공급 가격을 조정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조니워커 레드, 기네스 등 7개 품목 가격이 인상되고 다른 6개 품목은 인하된다. 디아지오코리아 제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조니워커 블루와 조니워커 블랙의 가격은 변동 없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에도 조니워커 블루, 조니워커 블랙, 조니워커 레드 등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 조정을 실시하게 됐다"면서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발맞춰 소비자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라가불린 16년을 포함한 일부 싱글몰트 위스키는 엔데믹 이후 원료 공급이 원활해지고 수입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이전보다 인하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평균 가격 조정률은 -1.3%"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