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니 열댓명 베트남인 마약에 취해 널브러져

외국인 마약 문제, 그들만의 문제 아냐

형량 높여 마약 범죄 강경대응 필요성도

편집자주 “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마약이 일상이더라”…베트남인 10인 마약파티 현장[붙잡을 결심]
검거 당시 마약에 취해 있던 베트남인들. [광주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 11월 26일 0시 30분. 광주청 마약수사대, 강력범죄수사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 30명이 광주의 한 외국인 전용 노래방으로 들이닥쳤다. 노래방 안에서는 베트남인들 10명이 ‘마약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케타민을 복용한 것이다.

광주경찰청 형사과 이대희 경위는 “문을 여니 외국인들이 마약에 취해 널브러져 있었다”며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고 했다. 집단 마약파티를 벌이던 남자 6명, 여자 4명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용 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노래방 접객원 2명도 평소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확인돼 함께 체포됐다. 단속 당시 노래방에 있었던 불법체류자 22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베트남인 전용 노래방에서 베트남인들이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한다’는 소문을 실제로 확인한 순간. 이대희 경위는 2~3주 잠복근무를 하면서 외국인이 드나드는 모습을 확인하고 디데이(D-day)를 설정해 이들을 검거했다. 현재 베트남 통역사들과 함께 마약 유통책 또한 추적 중이다.

“마약이 일상이더라”…베트남인 10인 마약파티 현장[붙잡을 결심]
이번 검거 작전에 참여한 광주경찰청 형사과 마약범죄수사대 마약수사2팀.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이대희 경위. [본인 제공]

외국인들 사이에서 특히 마약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외국인 마약 범죄를 단속해야 하는 이유다. 이 경위는 “검거하기 전까지는 외국인 사이에서 이렇게 광범위하게 마약이 퍼져있는지 잘 몰랐는데, 마약을 쉽게 생각해 일상처럼 하고 있었다”면서 “외국인의 경우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에 마약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듯하다”고 했다.

외국인 마약 문제는 외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경위는 “이번에 검거된 베트남인들 중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해 정식 비자를 받은 사람도 있었고, 한국 남자와 사귀는 베트남 여성도 있었다”며 “마약은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독버섯처럼 퍼진다. 외국인 마약사범을 방치하게 된다면 내국인한테도 무분별하게 퍼질 가능성이 큰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검거된 10명의 외국인 마약 사범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자백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광주경찰청은 영장을 재신청하기 위해 이들을 출국 금지시킨 상태다. 통상적이었다면 출국이 허용됐을 상황이다. 이 경위는 마약 사범에 대해 더욱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마약이 일상이더라”…베트남인 10인 마약파티 현장[붙잡을 결심]
광주경찰청 형사과 이대희 경위 [본인 제공]

“내국인 마약사범의 경우 초범이면 집행유예,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분이 나옵니다. 징역형을 받더라도 6개월 안에 다시 나옵니다. 문제는 투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판매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마약을 끊기 어려우니 투약 사범을 넘어 판매·유통사범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초범일지라도 구속해 처벌을 강하게 해야 마약을 절대 해선 안 되겠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마약을 범하는 외국인들을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