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투자공부열풍
단기내 성과미약에 불만 목소리
투자시 주식선호비중 감소
“과거 논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 지적도
[헤럴드경제=서경원·유혜림 기자] ‘1년 전에 삼성전자에만 몰빵했어도 25%는 먹었네. 매그니피션트 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은 최소 50%. 투자할 곳 알아본다고 공부하고 머리 쓰는거 헛짓거리인가’ (14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
한 때 개인들을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공부 열풍이 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들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부에 투입한 재원 대비 투자 성과가 단기 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공부 자체를 포기하려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삼성전자 한 종목만 투자했어도 1년간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을 거라며 투자 공부에 회의감을 적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나 3년 전에 에코프로 그냥 팔았는데 그 때 안팔았으면 24배 벌었다’, ‘예전에 비트코인 나눠주던 회사들은 몸져 누움’, ‘과거를 가지고 얘기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 3년 전에 9만원에 샀던 사람은 아직도 손실일테니’, ‘애플 반, 마소(마이크로소프트) 반이 진리’, ‘솔직히 1년 후에도 똑같은 소리 할거 같음’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300원 오른 7만3100원으로 종료됐다. 이는 실제로 작년 12월 14일(6만500원) 대비 20.8%(1만2600원) 오른 가격이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긴축 종료 기대감에 1% 넘게 상승해 2540대로 올라섰다.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33.52포인트(1.34%) 오른 2544.18로 집계됐다. 지수는 전장보다 37.08포인트(1.48%) 오른 2,547.74로 출발해 상승세를 유지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1.28포인트(1.36%) 오른 840.59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6%로 낮춰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위원들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지 않았고 (동시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내려놓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살펴보면, 금융자산 투자 수단으로 주식을 선호하는 답변 비중은 올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선호 응답률은 팬데믹 기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2020년 6.2%에서 2022년 13.3%까지 2배 가량 뛰었으나 올해 8.7%로 내린 것이다. 특히 직접투자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주식(직접) 투자 비중은 11.6%에서 7.7%로 3.9%포인트 감소했다. ETF 등 수익증권(간접투자) 비중은 1.7%에서 1.1%로 소폭 내렸다.
반면, 예금을 선호하는 답변은 지난해 83.5%에서 올해 88.8%로 5.3%포인트 늘어났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우려로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부진하자 예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2021년 1월만 해도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이율은 연 0.97% 정도였으나 작년 말 4%대를 넘기는 등 고금리 국면도 길어지고 있어서다. 안전자산인 예금의 수익이 짭잘하니 주식이나 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모양새다.
올 들어 바뀐 투자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답변 비중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19.3%로 1.7포인트 줄었다. 반면, 안전성을 고른 답변은 66.9%에서 67.5%로, 현금화 가능성 응답은 6.3%에서 7.4%로 늘었다. 고금리는 챙기면서도 만기는 단기로, 소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재테크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9월 은행권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91조158억원으로 2월(195조1948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증시 침체 여파로 주식에 흥미를 잃었을 투자자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해석도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자들은 금융 투자에서 수익보다는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부자는 17.0%였으나 ‘손실이 발생했다’는 답변 비중은 18.8%로 더 많았다. 2021년 수익을 경험한 부자(42%)가 손실을 경험한 부자(5.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결과와도 상반된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투자 성향을 갈랐다고 분석했다. 김진성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금융안정연구센터장은 “고금리 국면에선 자산가치 상승차익보다 고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수요가 높아진다. 올 들어 급증한 정기예금과 채권이 대표적”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 옥석을 가리는 시기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내에서도 최적의 투자처를 찾아 관망하려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이 120조원을 돌파했지만 주로 하루만 넣어도 이자 수익을 안겨주는 단기자금(파킹형) ETF에만 조 단위 자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체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순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 1~3위 모두 파킹형 ETF였다.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4조6395억원)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3조5150억원)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1조8277억원) 순으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