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김,국정운영보다 더 세다” 관가 분위기 저하
미·중·일 주요국 관계자 네트워크에도 차질 불가피
국제통상법 학자 장관 검증에 추후 외교부 통상조직 이관 포석 우려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취임한 지 3개월도 안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내년 총선 차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산업부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원자력발전 생태계 복원 등 에너지 정책을 비롯해 실물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핵심부처다.
특히 내년 2월까지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을 진두진휘하고 있는 부처로 현재 비상근무기간이다. 이처럼 겨울철 전력수급 비상기간에 에너지 정책 수장을 차출한다는 것은 정치권 입김이 국정운영보다는 더 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관가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분위기다.
10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취임한 방 장관은 재임 기간이 3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경기도 수원 지역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극히 예의적인 상황”이라고 평했다.
방 장관은 이날로 재임 82일째다. 이 중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재임 기간 절반 이상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무실 근무는 30여일도 되지 않는다.
방 장관은 취임이후 장기간 해외 출장을 통해 미국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일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산성 대신, 호주 매들린 킹 연방 자원·북부호주 장관,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등을 만나 주요국 고위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과는 양국 원자력발전 관련 협력 확대 등 향후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방 장관 재임 3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교체는 주요국 네트워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겨울철 전력 수급 비상에 요소수 사태 등 공급망 위기가 반복되는 와중에 내년 총선 차출로 전력 수장을 바꾼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울산 일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겨울철 전력수급 현장이 초긴장상태에서 관련 정책 수장을 바꾼다는 것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또 중국이 요소 수출을 막은 데 이어 비료 원료인 인산암모늄까지 수출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도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방 장관 후임으로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윤 정부에서 에너지정책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관가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안 본부장은 에너지·산업 정책 수립 및 현장 경험이 전무하다. 안 본부장은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언급해 당시 실효성없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WTO의 대법원격인 상소기구가 2019년부터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 관가 한 관계자는 “윤 정부가 원자력발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10기 이상 수출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해놓고 수장을 3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총선 차출로 교체한다는 것은 에너지정책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임으로 정책수립 경험이 없는 국제통상법 학자를 검증한다는 것도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부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과 같다”면서 “일각에서는 총선이후 부처 조직개편할 경우, 외교부에서 통상기능을 가져가기 위한 작전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