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2015년 새해가 밝았지만, 직장인들은 시무식을 거쳐야 비로소 새해를 실감합니다. 지난 2일 시무식을 가진 직장인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많은 직장인들이 오는 5일 월요일 아침에 시무식에 참석할 예정일 겁니다. 마음이 들떠 어수선했던 연말연시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때도 이 무렵입니다. 아무래도 새해 첫 출근의 감흥은 시무식을 마친 때부터 시작되겠죠.
기자도 새해를 맞아 온라인 전용 기사 2개를 매주 연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나는 매주 인상 깊었던 새로운 앨범 한 장을 가볍게 리뷰 하는 ‘정진영의 이 주의 한 장’, 또 다른 하나는 좋은 가사를 가진 노래를 소개하는 ‘정진영의 읽는 노래’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매주 두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정진영의 이주의 한 장’ 첫 회에 리뷰할 앨범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되도록이면 새해에 발매된 희망찬 분위기의 앨범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후보군이 너무 적더군요. 또한 새해 출근 첫 날부터 새로운 앨범 발매여부를 확인할 만한 여유를 가진 직장인들도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문득 기자의 머릿속에 한 곡이 떠올랐습니다. 장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우면서도 웅장하며, 아름다우면서도 희망적인 분위기를 가진 곡. 컴퓨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곡. 바로 ‘원스톱(Onestop)’입니다. 한 장의 앨범으로 소개할 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매우 흥미로운 곡입니다. 새로운 연재는 이 곡으로 가볍게 출발합니다. 시장조사업체 넷마켓셰어(NetMarketshare)가 조사한 2014년 12월 전 세계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체제(OS) 점유율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윈도우즈(Windows)가 절대 다수인 90.9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스톱’은 지난 2000년 9월 14일에 출시된 윈도우즈 밀레니엄 에디션(Windows Millennium Edition)’ 이후 거의 모든 데스크톱용 윈도우즈(윈도우즈 8 제외)에 담겨 있습니다. 역사가 무려 15년이나 된 유서 깊은 곡이죠. 특히 윈도우즈의 점유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 곡을 가지고 있지 않은 컴퓨터를 찾는 일은 매우 힘들 겁니다.
이 곡을 듣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익스플로러를 열고 주소 창에 ‘C:/Windows/Media/onestop.mid’만 입력하면 됩니다. 입력 후 조금만 기다리면 생전 처음 듣는 곡이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흘러나올 겁니다. 참 쉽죠?
‘원스톱’은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장난처럼 삽입한 이스터 에그(Easter Egg)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 곡은 사실 컴퓨터 미디(MIDI) 파일 재생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진 샘플 곡입니다. 미디는 전자악기의 연주 데이터를 전송하고 공유하기 위한 업계 표준 규격으로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용어이죠. 즉, 이 곡은 실제 소리 그 자체를 담은 포맷인 MP3와는 달리 소리를 나타내는 신호만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곡의 용량은 고작 39.1KB에 불과합니다. 4분 내외의 MP3 파일 크기(약 6~7MB)의 약 150분의 1수준이죠.
미디 표준 규격에 따르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악기의 수는 128개입니다. 특별히 고성능의 오디오카드와 가상악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이 곡은 컴퓨터에 내장된 사운드카드의 칩셋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소리를 들려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제대로 된 음악 장비를 갖추지 못한 컴퓨터가 기본적인 내장 사운드카드로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완성도로 청자를 압도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악기를 이용한 곡이다보니 음악이 재생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절대 컴퓨터가 이상한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고요.
새롭게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4분 만 시간을 내 이 곡을 한 번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마치 오래 전 롤플레잉 게임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공적인듯 인공적이지 않은 듯한 사운드가 신선하게 다가올 겁니다. 기자 또한 컴퓨터로 오랫동안 음악을 만들어 왔던 입장에서 이 곡을 작곡한 데이비드 예클리(David Yackley)에게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