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00억원 이상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 허용 검토

-정작 대기업은 시큰둥…“수익성 적고 책임만 커”

10년 만에 족쇄 푼 대기업 공공SW 제한…쥐꼬리 예산에 대기업은 시큰둥
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송상효 숭실대 교수(TF 민간팀장)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빗장을 10년 만에 다시 열었다. 최근 행정안전망이 연이어 먹통을 일으키자, 중소 기업의 기술만으로는 운영·유지가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작 대기업은 시큰둥하다. 뒤따르는 책임은 크지만 정부의 쥐꼬리 예산으로 손에 쥐는 수익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정부’를 표방했던 한국의 위상이 무색하진 상황이다. 시스템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생한 행정망 먹통 사태를 계기로 700억원 이상의 공공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조정실은 이같은 내용의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토론회를 통해 1000억원 이상의 공동SW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 시키는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논의됐던 1000억원보다도 대기업의 참여 허들이 낮아진 것이다.

10년 만에 족쇄 푼 대기업 공공SW 제한…쥐꼬리 예산에 대기업은 시큰둥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인이 무인민원발급기로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공공 IT 사업에 참여를 제한해 왔다. 대기업 쏠림 현상을 막고 중소·중견 기업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2016년부턴 자산 규모가 10조원으로 상향됐지만 사실상 여전히 공공 SW 사업은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운영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술 한계도 뚜렷했다. 전산망 장애가 발생할 때 마다 중소기업의 운영·관리 한계가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막상 사고가 터지면 대기업의 기술력이 동원되는 웃지 못할 일도 빈번했다. 과거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전산이 먹통 됐을 때 LG CNS가 투입돼 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공 IT 사업에도 대기업의 참여 기회가 넓어졌지만 정작 대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쥐꼬리 예산으로 수익성은 적은데다, 뒤따르는 책임만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업계에서는 공공 IT 사업의 이익률이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반면, 정부의 요구에 맞는 고품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관련 예산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의 디지털 정부 혁신 관련 예산 중 전자정부 지원 부문의 내년 예산은 126억원이다. 올해 493억원과 비교해 74%가 삭감됐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공공 사업은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아 기업 입장에선 결코 매력적인 분야는 아니다”며 “시장 상황에 맞게 사업 예산이 현실화 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10년 만에 족쇄 푼 대기업 공공SW 제한…쥐꼬리 예산에 대기업은 시큰둥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인이 무인민원발급기로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이상섭 기자]

한편, 행안부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 25일 이번 전산망 먹통과 관련된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당초 장애 원인으로 지목한 L4 스위치가 아닌 라우터 고장을 원인으로 꼽았다.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에서 패킷(데이터의 전송단위)을 전송할 때 용량이 큰 패킷이 유실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의 원인은 라우터 장비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듈에 있는 포트 중 일부가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개편 TF에 참여한 송상효 숭실대 교수(TF 민간팀장)는 “패킷이 유실돼 통합검증서버가 라우터로부터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패킷을 정상적으로 수신할 수 없었다”며 “지연이 중첩돼 작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