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2025년 부산공장서 ‘폴스타4’ 생산

KG 모빌리티, LFP 배터리·하이브리드 시스템 맞손

업계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협업 활발해질 것”

르노·폴스타, KG·BYD…車업계 생존 키워드는 ‘글로벌 동맹’ [비즈360]
중국 항저우만 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 중인 모습. [폴스타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KG 모빌리티와 외국계 완성차 브랜드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실적 반등을 위한 생존전략 카드로 ‘글로벌 동맹’을 꺼내 들었다. 신차 부재에 발목이 잡혀 하반기 판매량 감소세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위탁생산’과 ‘기술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최근 중국 지리그룹,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 오는 2025년부터 부산공장에서 폴스타의 북미·한국 판매용 ‘폴스타 4’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인수, 르노코리아 2대 주주가 된 지리그룹은 폴스타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생산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자(OEM)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입차 업체가 국내 생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약 20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합의를 토대로 과거 일본 닛산의 ‘로그’를 위탁생산했을 때처럼 공장가동률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약 5년간 북미 수출용 로그를 부산 공장에서 위탁생산했다. 2017년 당시 생산 물량은 26만4037대로 공장 최대 생산 가능 물량의 80%를 넘어서기도 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도 폴스타와 합의에 대해 “폴스타 4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로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출범과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르노·폴스타, KG·BYD…車업계 생존 키워드는 ‘글로벌 동맹’ [비즈360]
왕찬푸 BYD 회장과 곽재선(오른쪽) KG 모빌리티 회장이 ‘배터리 팩 한국 공장 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KG 모빌리티 제공]

KG 모빌리티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이자 전기차 제조사인 업체 BYD와 협업에 나선다. KG 모빌리티는 이달 초 BYD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팩 한국 공장 협약’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출시한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 ‘토레스 EVX’에 BYD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 파트너십 물꼬를 튼 KG 모빌리티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터리팩을 오는 2024년 하반기 양산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픽업 ‘O100’ 등 향후 개발되는 차종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사는 하이브리드시스템 개발도 함께한다. 이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한 BYD의 기술력을 토대로 KG 모빌리티는 오는 2025년 토레스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 등 신차 개발 비용을 아끼고, 향후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경쟁력을 갖춘 (BYD의)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만큼 우선 신차에 BYD 시스템을 잘 접목하고, 향후 더 최적화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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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외관. [KG 모빌리티 제공]

르노코리아와 KG 모빌리티가 생존전략 모색에 주력하는 것은 올 하반기 뚜렷해진 판매량 감소세와 무관하지 않다. 르노코리아는 수년째 지속되는 ‘신차부재’가 KG 모빌리티는 사라진 ‘토레스’ 신차효과가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어든 14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수출 역시 4294대로 같은 기간 71.2% 뒷걸음질 쳤다. KG 모빌리티 역시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3804대, 수출은 2617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모두 51%의 감소율을 보였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개발하기 위해선 큰 비용과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위탁생산이나 기술공유 전략은 가장 효율적인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과 협업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협력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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