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트윈스 8위→1위
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야구 유산 다시 주목
ABC 신사업 투자 등 경영 혁신 지속 영향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과 LG를 사랑해준 모든 분이 함께 일군 것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구단주로서 이끄는 LG트윈스가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취임 후 5년간 ‘고객경영’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웠던 구 회장이 선수단은 믈론 전 임직원을 비롯해 LG팬들과 우승을 함께 일구면서 진정한 ‘고객경험’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LG 트윈스가 우승하자, 구 회장이 2018년 6월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상식에 깜짝 등장했다. 2018년 시즌 성적 8위에 머무르던 LG트윈스는 이후 순위가 오르기 시작해 1위를 차지하고, 마침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도 우승했다. 전날 구 회장은 잠실구장 응원석을 향해 “세계 최고인 무적 LG 트윈스 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다”고 외치며 “오래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LG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과 LG를 사랑해준 모든 분이 함께 일군 것”이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시라.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진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구 회장은 한국시리즈 동안 세 차례 ‘직관(직접 관람)’했다. LG트윈스가 통합우승을 완성하자 LG 팬들은 구장에서 ‘구광모’를 연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은 LG가 1990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뜻을 이어받으며 ‘LG만의 고객가치’를 앞세운 경영 키워드를 선보였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모든 직원이 스스로 고객 가치를 실천해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자”며 LG 구성원들을 ‘고객 가치 크리에이터’로 칭했다. 이번 LG 선수단 역시 우승으로 고객 가치 크리에이터로서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LG그룹 사업 영역 전반도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비핵심 또는 실적 부진을 이어가는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축소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배터리·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2021년에는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하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는 LG그룹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LG그룹 매출은 지난 2019년 138조1508억원에서 작년 190조2925억원으로 3년 새 37.7%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조6341억원에서 8조2202억원으로 77.4% 증가했다. 취임 당시인 2018년 6월말 88조1000억원 규모이던 시가총액은 최근 약 180조원 규모로 2배 넘게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핵심 경영철학인 ‘고객가치’를 미래 사업 분야에 접목해 이른바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심의 사업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A를 뜻하는 AI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 2022년부터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엑사원’과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혁신신약 연구와 더불어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B를 뜻하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2022년부터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그 일환으로 LG화학은 올 1월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LG는 또 C를 뜻하는 클린테크 분야에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이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업체와 협력하고, 관련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이자 최근 ‘실적 효자’로 부상한 전장 분야의 경우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대표 3인방’의 올해 수주잔고가 12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하면서 초대 구단주인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특별한 ‘야구 유산’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구 선대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중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수여하라”고 전했다. 이날 한국시리즈 MVP는 주장 오지환 선수가 선정됐지만, 그는 “롤렉스는 구광모 회장님께 돌려드리고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구 선대회장이 우승하면 마시자고 1995년 스프링캠프 때 일본 오키나와 훈련장에서 사 온 아와모리 소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주는 구단에서 보관 중으로, 곧 있을 우승 기념 승축연에서 기념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밖에 LG전자, LG생활건강 등 계열사 중심으로 우승 기념 대대적인 고객감사 이벤트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