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련 코앞’ 그린란드에 비밀 핵기지 세우려했다...무산 이유는[세모금]
그린란드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이 냉전 시기 소련을 직접 위협할 수 있도록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거대 지하 비밀 핵기지를 건설하려 했다고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아이스웜 프로젝트’(Project Iceworm)란 이름으로 추진된 이 비밀 계획은 1959년 시작됐다.

미군은 그린란드 북부에 총 길이 3000㎞에 달하는 거대 터널 21개로 구성된 ‘캠프 센추리(Camp Century)’를 건설한 뒤 원자로를 설치하고 600개의 핵미사일 ‘아이스맨(Iceman)’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미국은 1814년 킬조약 이후 그린란드를 통치하고 있던 덴마크의 눈을 피하기 위해 북극 연구 시설을 짓는다고 둘러댔다.

건설이 완료되면 1만1000명의 군인이 상주하며, 기지 내엔 병원과 학교, 영화관까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해당 지역은 모스크바에서 불과 4만80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탓에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배치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 내 기지에서 직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만약 실제로 캠프 센추리에서 이들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소련과 동구권 국가의 미국 목표물 80%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반면 소련이 해당 시설을 파괴하려면 3500발 가량의 8메가톤급 미사일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미국의 야심찬 그린란드 핵기지 건설 계획은 천문학적 예산이나 소련의 감시 때문이 아니라 빙하 그 자체 때문에 무산됐다.

북극의 거대 빙하는 얼핏 가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뚫어놓은 터널은 휘어지게 됐고 원자로실 천장이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원자로를 지어 동력을 공급하기엔 위험천만한 환경인 것이다.

결국 미국은 1964년 캠프 센추리를 재검토했고 1967년 폐쇄한 채 떠났다.

다만 기지 건설 과정에서 그린란드 및 지구의 역사를 추측할 수 있는 뜻밖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미군 연구원들은 약 1400m에 달하는 구멍을 뚫어 빙핵(아이스 코어)을 채취했으며, 2017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이를 연구한 결과 화석화된 잎과 가지 조각들이 발견됐다. 이후 미국으로 옮겨진 빙핵을 국제공동연구팀이 연구한 결과 해당 지역이 40만년 전 간빙기 시대 얼음이 없는 툰드라였던 것으로 밝혔다. 오늘날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이 곳이 과거엔 땅이었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지역이 지구 온난화로 녹으면서 수십 년 전 미군이 그대로 묻어 놓고 온 수많은 폐자재와 폐연료 등 오염물질이 방출될 수 있단 것이다. 여기에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성 냉각수도 포함돼 있다.

WP는 “그린란드 속담에는 ‘괴물은 적당히 은폐하려 할수록 더 커진다’는 말이 있다”며 오염물질 배출 위험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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