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고용과 소비를 발판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오른 물가와 정치 양극화 등 극심한 사회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6월 9.1%에 달했던 미국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낮아지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의 우울한 전망은 좀처럼 희망으로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호조는 인플레이션 외 여러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10월 실업률은 3.8%로 33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며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올해 3분기 미국 GDP는 7.35%, 급여 총액은 3.26% 상승했다.
반면 미시간대가 조사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같은 기간 28.4% 낮은 상태다.
WSJ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해 실제로 느끼는 경제생활의 고통을 측정하는 ‘고통지수’(misery index)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전통적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가졌지만, 올해는 고통지수가 낮은데도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침체 수준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차적으로는 탄탄한 고용이 주는 행복을 높은 인플레이션이 갉아 먹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 가능하다고 WSJ은 설명했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은데다, 중위가계 부가 2019~2022년 사이 37%나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WSJ은 임금과 물가가 모두 오랐지만 사람들이 물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준과 시장 전문가들이 물가상승률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은 절대적 수준의 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케팅데이터 업체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평균 커피 가격은 팬데믹 이전 3달러가 되지 않았지만 올해 2분기엔 3.63달러에 달한다.
이 외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은 올랐으며, 무엇보다 주택 가격이 금리인상과 함께 덩달아 뛴 주택담보대출(모기지)금리와 함께 치솟으며 사람들에게 ‘예상 밖의 비싼 가격으로 인한 충격(sticker shock)’을 주고 있다.
즉 식료품 가격이 떨어지고 주택 가격 상승세가 누그러지고 있단 지표들은 연준에겐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이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주택 구입을 엄두도 못내고 마트에 갈 때마다 한숨을 짓는 사람들을 다시 웃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인 것이다.
WSJ은 이 외에도 경제 외적인 불안정, 스트레스 등이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는 경제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월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민주당 지지자는 약 60%에 달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5%에 불과했다.
WSJ은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42%에 불과하고, 인프라 투자 활성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5%에 불과한 것은 이상할 정도로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WSJ은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국가 전체에 대한 불만을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