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룟값·전기료·가스비 등 물가 전반 상승세
자영업자 “100원 등 가격 인상 최소화 노력”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세에 있는 가운데 가격 인상을 두고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 발길이 끊어질 것을 우려해 물가 대비 큰 폭으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보다 원재룟값 40% 가까이 올라…손님 부담 줄이기 위해 인상 최소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김밥’ 앞. 가게에는 “식자재 가격 폭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10월 7일부터 부득이하게 야채김밥에 한해 500원을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6년 가까이 이곳에서 도화김밥을 운영하고 있는 이미숙(59) 씨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 물가 상승이 더 크게 체감된다”며 “작년에 1㎏ 햄 하나에 5000원 하던 것이 이제는 6600~7000원으로 30% 넘게 올랐다”고 했다.
이씨는 “업주로서는 원재룟값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메뉴를 올리고 싶었다”면서도 “보통 손님이 여러 줄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 1개에 500원만 올려도 10개를 사면 5000원이 더 드니 (손님 입장에서) 부담이 되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결국 이씨는 2500원이던 야채김밥만 500원 오른 3000원에 판매 중이다. 그는 “작년부터 손님들이 가격을 올리라고 했는데도 내가 (물가 부담을) 분담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운영해 왔다. 결국 최소한으로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화김밥 인근의 한 만둣집도 최근 만두 가격을 소폭 올렸다. 만둣집 앞에는 “10월 1일부터 (개당)100원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개당 1200원이던 만두는 현재 1300원에 판매 중이다. 가게 앞에 붙은 메뉴판은 가격을 고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5) 씨도 10월부터 전 메뉴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 김 씨는 “기본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500원을 올리는 것이 손님에게도 업주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가격 올리는 것을 망설였다”며 “김말이 등도 직접 만들고 있어 손이 많이 간다. 인건비부터 재룟값까지 안 오른 게 없다”고 했다.
농산물·가공식품 등 원재룟값 상승세…“전년 동월 대비 두자릿수 오른 품목도”
실제로 최근 물가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재룟값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9월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쌀 14.5% ▷당근 37.2% ▷오이 2.7% ▷어묵 16% ▷맛살 14.5% ▷참기름 15.9% ▷설탕 16.9% ▷소금 17.3% 등이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물가 지수도 9월 전년 동월 대비 19.1% 상승하면서 자영업자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원재룟값 상승에 외식 물가도 고공행진…2분기 외식 물가 상승률 7%
원재룟값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에 외식물가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먹거리 물가는 7%대 상승세를 보였다. 가공식품·외식의 2분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2%) 2배가 넘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9월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중 4개 가격은 8월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8월 6992원에서 9월 7069원으로 처음 7000원대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1만9150원에서 1만9253원으로 올랐다. 냉면도 1만1231원에서 1만1308원으로, 비빔밥은 같은 기간 1만423원에서 1만500원으로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