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수출액 9월까지 벌써 약 9400억원
중국·미국 현지인에게 대표 ‘K-푸드’ 인식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국의 ‘라면 굴기(崛起·우뚝 섬)’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로 출시 60년을 맞은 한국 라면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수출액 ‘1조원 돌파’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올해 10억달러(1조3400억원)를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바야흐로 ‘K-라면’의 글로벌 전성시대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5118만달러(약 3383억원)로 분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라면 수출액은 6억9728만달러(약 939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3%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지난해 한 해 수치(7억6541만달러)와 비슷하다. 1~9월 라면 수출량도 17만8653t으로 전년(15만8760t)에 비해 13% 뛰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라면 전체 수출액 가운데, 삼양식품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겼다는 점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체 수출액 내 삼양식품 비중은 ▷7월 56% ▷8월 62% ▷9월 60%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기준 비중(53%)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연중 계속해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는 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도 예정돼 있어 삼양식품의 중국 실적 고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음식 역사를 새로 쓰는 한국 라면의 성장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 현지인의 ‘라면 사랑’이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 전체 수출액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1위 수출국’인 중국과 전년에 비해 무려 114.4% 신장한 미국의 고성장이 전체 수출액 신장을 견인했다. 특히 미국에서 한국 라면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하면서 라면은 ‘K-푸드’를 대표하는 식품이 됐다.
한국 라면 열풍에 불을 댕긴 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칸 영화제·아카데미상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각각 황금종려상과 작품상을 거머쥐면서 영화에서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인기가 덩달아 치솟았다.
최근에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라면 흥행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BTS 멤버인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고, 지민을 따라 먹는 매운 라면 먹기 챌린지가 이어졌다. BTS 멤버인 진이 오뚜기 진라면 광고 모델로 발탁된 데 이어, BTS 멤버인 뷔가 출연하는 tvN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한국 라면을 판매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한국 라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홍보) 덕을 톡톡히 봤다”라며 “K-콘텐츠가 SNS를 만나면서 라면 트렌드 확산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라면의 수출이 파죽지세를 이어가면서 주요 라면기업들은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각각 486억·697억·318억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