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팩에 아직 2000원대” 소비자 쏠려
편의점 GS25, ‘PB 흰우유’ 판매액 91% 증가
‘고물가 피난처’ 역할…PB우유도 곧 인상될 듯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0월 원윳값(음용유 기준 ℓ당 88원) 인상 후 제조사 브랜드(NB) 우유보다 20~30%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우유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아이스크림과 카페 등의 가격들의 인상까지 불러오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연말을 앞둔 소비자들의 고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1일부터 3주 동안 PB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늘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1일부터 21일까지 전체 PB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65.2%, 전월 대비 26.6% 올랐다. 특히 같은 기간 GS25의 PB 흰우유 제품의 경우 지난해 대비 91%, 전월 대비 45.9% 각각 신장했다. CU 또한 PB우유 매출(‘헤이루 흰 우유’ 1ℓ)이 전년 동기 대비 21.9%, 전월 동기 대비 35.5% 늘었다.
원윳값 인상 후 우유 가격이 한 팩당 가격이 3000원을 훌쩍 넘게 되면서 소비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유업체는 1일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1일부터 ‘나100%우유(1ℓ)’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기준 가격을 각각 3%와 4.9%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국산 원유가 들어가는 제품에 한정해 ▷우유 4~6% ▷가공유 5~6% ▷발효유·치즈 6~9% 범위에서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대표 제품 ‘맛있는우유GT(900㎖)’의 출고가를 약 4.6%, 기타 유제품은 평균 7% 수준에서 인상한 상태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아 고객 발길을 잡으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PB우유가 상대적으로 저수익 상품이더라도 다른 경쟁사를 안 가고 저희 매장을 몇 분 더 걸어 찾게 하는, 거리를 뛰어넘게 하는 전략 제품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도 2000원 초중반 가격대인 PB우유의 인기가 올라갔다. 홈플러스의 경우 1~21일 PB흰 우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특히 한 팩 가격으로 따지면 1895원인 ‘심플러스 1등급우유(900㎖X2)’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5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제조사인 부산우유농협의 '부산 축협우유 1A(900mlX2·4590원)' 제품보다 18%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다. 단 세균수 기준 등급의 경우 이 PB 우유는 ‘1급’, 부산우유의 NB 우유는 ‘1급A’로 차이가 난다.
롯데마트(‘오늘좋은 1등급 우유’ 930㎖)의 경우 1~22일 매출이 전월 대비 15%, 전년 대비 20% 올랐다. 이마트는 1~21일 PB우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8%, 전월 동기 대비 1.9% 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우유로 소비자들이 이른바 ‘고물가 피난’을 가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PB 우유 가격 또한 안심할 수 없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GS25가 PB 가공유 ‘춘식이우유 시리즈(딸기·바나나·커피·초코, 500㎖)’ 가격을 12월부터 1850원에서 2000원(인상률 8.1%) 인상할 예정이다. 주요 PB 흰 우유인 ‘925흰우유’, ‘1974우유 900㎖’는 2600원에서 2750원(인상률 5.8%)으로 가격이 오른다.
CU의 경우 연내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가격 동결이 유지되기에는 원가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원윳값 인상 외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올해 정부의 가격 자제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스크림, 카페 등 관련 제품 가격은 진행 중이다. 국내산 원유 농축액 사용비율 56%인 빙그레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 투게더의 경우 지난해(소매점 판매가·인상률 9.1%)에 이어 올해 10월(인상률 8.3%)에도 가격이 인상된 상황이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프랜차이즈 백미당은 9월 26일부터 34개 메뉴의 판매가를 200~500원 선제적으로 인상해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