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하락 딛고 1%대 상승 출발
외국인 4개월 이어온 ‘팔자’ 그칠지 관건
[헤럴드경제=윤호·권제인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정학적 위험이 유독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와 유가 하락에 더해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등을 본격화할 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1.41% 오른 2436.52에, 코스닥은 1.26% 상승한 805.03에 장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3% 급등하면서 코스피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5.5원 내린 1344.0원에 개장한 뒤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0.26%, 2.62% 하락 마감한 바 있다. 중동지역 분쟁에 의한 투자심리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이날 중국 증시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오히려 상승해 국내증시만 홀로 하락하는 양상이었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3% 급등했으며 홍콩H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0.91%, 0.41% 올랐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이 크게 하락하면서 코스피도 같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일본 증시는 오히려 더 상승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행히 중동 분쟁 리스크의 핵심으로 꼽혔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멈추고, 국채금리까지 하락하면서 간밤 뉴욕증시는 상승했다.
10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0% 오른 3만3739.3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2% 상승한 4358.24로, 나스닥지수는 0.58% 뛴 1만3562.8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주가는 안도 랠리를 보였다. 채권시장은 전날 ‘콜럼버스의 날’로 휴장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정학적 위험을 하루 뒤에 반영했다.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금리는 반대로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마감 시점 전장보다 14bp(1bp=0.01%P) 하락한 4.66%를, 2년물 국채금리는 10bp 떨어진 4.97%를 나타냈다. 2년물 금리가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중순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전날의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완화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폭등세를 보였던 모습과 달리 유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는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것과 달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닌 데다, 최근 유가가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속에 하락 압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근월물 가격은 각각 배럴당 85달러, 87달러 근방에서 거래됐다.
여기에 국내에서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날 개장전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7.8%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직전 분기에 비하면 258.2% 늘었다. 시장 전망치 2조1344억원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12거래일 연속 ‘셀코리아’가 그치고 추세 상승을 본격화할 지 주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이미 1조2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6월 8375억원 내다팔며 ‘팔자’ 전환한 이후 7월(1조7304억원), 8월(5584억원), 9월(1조652억원) 내내 순매도로 일관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 후 반도체 업황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 미국의 보험성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이에 따라 달러가 약해지면서 코스피 대형주 중심 외국인들의 수급이 강해질 수 있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등재된다면 패시브 성격의 외국인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반도체발 훈풍이 증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반도체 관련주 비중은 작아 삼성전자의 실적이 코스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개별 종목의 실적을 확인한 후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