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정은·홍승희 기자] 1세대 핀테크 기업 깃플이 시리즈B투자에 실패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쿼터백에 흡수합병 됐다. 스타트업 호황기 시절 받았던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고 실탄 마련에 실패한 깃플은 결국 출구처로 인수합병(M&A)을 택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핀테크 깃플은 쿼터백그룹의 흡수합병에 대한 주주총회를 완료하고, 금융위원회는 쿼터백그룹의 M&A를 인가 승인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업 유비벨록스가 자회사 내 합병이 이뤄진 걸 제외하면 이번 사례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다른 회사로 인수합병된 첫 사례다.
깃플은 2019년 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대출비교 서비스에 진출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2021년에는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으면서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1세대 마이데이터 사업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받았다. 증권기관 코스콤이 대주주로 당시 유망 핀테크에만 출자하던 한국투자 핀테크 혁신펀드 등의 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깃플의 성장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스탁론 등 자회사를 인수하며 투자금을 빠르게 소진해나갔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며 살림살이도 어려워졌다. 악화된 경영환경에 다음 투자도 난항을 겪으며 인재 유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쿼터백의 인수합병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직원들이 자·타의로 사직하는 등 ‘조직 슬림화’도 진행됐다는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쿼터백과도 처음 논의의 시작은 투자 유치였지만, 자금 여력이 어려워지자 눈길을 돌린 선택지가 M&A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월급을 못받을 뻔 한 적도 많았다”며 “한 때는 임원 수가 너무 많아 인건비를 감당 못할 수준까지 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출비교플랫폼에서 대환대출까지 가능하지만 당시 대출비교서비스 플랫폼은 깃플, 알다, 핀다 등 3곳 뿐이었다. 그러나 알다에 이어 깃플까지 M&A되면서, 명맥을 잇고 있는 1세대 대출비교플랫폼은 핀다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대출비교, 마이데이터 등 금융당국이 추진한 혁심금융서비스를 자본력 있는 회사가 합병을 통해 손쉽게 얻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흡수합병은 성공했지만, 그 과정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쿼터백은 M&A 과정에서 깃플이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에 대해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 또 M&A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서도 특정 금액 이상을 청구할 시 계약이 무효된다는 단서도 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쿼터백 측은 “상법상 이 계약은 흡수합병이고, 이에 소멸법인(깃플)은 소멸되면서 모든 권리가 존속법인(쿼터백)으로 승계된다”면서 “마이데이터와 같은 라이센스는 합병된다고 해서 자동 변경이 되는 게 아니고, 첫 사례이기 때문에 금융위에서 유심있게 합병계약서를 꼼꼼히 심사한 뒤 승인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쿼터백은 깃플 인수를 통해 마이데이터 라이센스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쿼터백은 이 외에도 깃플이 금융위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은 대출비교, 예·적금비교 등 혁신금융 서비스를 통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게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