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예금 확보’ 경쟁에 인뱅도 참전
낮은 예대율,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수익성 우려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인상하며 예금 확보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 4%대 정기예금 금리와 편의성을 강조한 서비스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결국 수익성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예금 혜택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 확보’ 돌입한 인터넷은행…4%대 정기예금 출시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4일부터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1년 이상 만기 최고금리를 기존 3.8%에서 4%로 인상했다. 6개월~12개월 미만 만기의 경우 3.4%에서 3.9%로 0.5%포인트의 큰 폭 인상이 결정됐다. 카카오뱅크도 이달 초 정기예금 금리를 연 3.6%에서 3.7%로 올렸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조건 없이 연 5%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적금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고금리 예금 선호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며 은행들 간 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2분기 중 3% 초중반까지 내려갔던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3.7~3.85%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예금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44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과 비교해 12조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역(逆)머니무브’로 몰렸던 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며, 재투자처를 찾는 예금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76조원으로 1년 만에 200조원가량이 급증했다.
시중은행 ‘절반’인 예대율…수익성 확보 가능할까
문제는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상반기말 기준 평균 예대율은 67%로 4대 시중은행(96%)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예대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안정성이 훼손되지만, 낮은 경우에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지출한 비용(예금) 대비 수익(대출)이 부족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이후 예대율 수준을 점차 높여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신 확보 경쟁에 동참한 인터넷은행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대출을 위한 안전한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예대율이 낮은 인터넷은행들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4%대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은 케이뱅크의 상반기 말 기준 예대율은 72.9%로 지난해 말(73.7%)과 비교해 0.8%포인트가량 줄어든 상태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예대율도 84.3%에서 77.8%로 줄었다. 토스뱅크의 예대율은 47.6%에서 50.4%로 소폭 상승했지만, 시중은행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신 규모를 늘려, 안정적으로 예대율을 관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은행들의 대출 확대 수단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며,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가계대출 확대를 경계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면서다. 실제 한때 3% 중반대까지 내려갔던 인터넷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현재 일괄 4%대로 올라, 시중은행 최저금리를 웃돌고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은 안정적인 자산 확보를 위한 조치이며, 예대율 관리를 위한 여신 확대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연초 급격히 증가한 수신으로 예대율이 소폭 하락했으나, 여·수신 규모 확대에 맞춰 예대율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연내 중고차 구입자금 대출 출시 등 여신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예금금리의 인상 폭이 다소 크지만 비대면 영업의 특성상 아직 비용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고, 이를 금리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