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주식시장을 짓누르던 미국 국채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추정치에 부합하자 채권 금리가 또 한 번 하락한 가운데, 증권사들은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미국발(發)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반도체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07%, 2년물 금리는 4.83%선까지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4.36%까치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돌파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되돌렸다. 2년물 금리도 5.11%까지 오른 뒤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한 이유는 미국 경기에 대한 하방 압력이 높아지며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이 기존 태도를 유지했고, 유로존과 중국 등에서 경기 둔화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7월 근원 개인 소비지출(PCE)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자 채권금리는 이날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7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올랐고, 전월보다 0.2% 상승했다. 지난달 대비 상승률은 소폭 올랐지만, 지난 6월 상승률 둔화 폭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 하락은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높인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8월 하락을 거듭하다 반등해 한 달간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2.36%, 1.77% 떨어지는 데 그쳤다. 나스닥지수는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증권사들은 이달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며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 및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이어지고 있는 업종과 미국발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에 주목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에 크게 영향을 받고, 외국인 순매수 업종은 순매도 업종보다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며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는 업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익 상승 가능성이 있으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업종으로 반도체, 보험, 자동차, 운송, 조선 업종 등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중국 경기 회복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미국발 실적 및 정책 모멘텀을 가진 기업 위주로 종목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업종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반도체, 2차전지 가치 사슬에 포함된 IT가전, 조선, 방산 등을 꼽았다.
미국 실질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공략하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업종으로 은행, 자동차, 보험, 기계 등을 제시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실질금리 상승 구간에서 저PER 위주로 상대 수익률 회복세를 보였다”며 “지난해 실질금리가 음수에서 정상화하는 구간과 상승 폭을 높였던 구간 모두에서 저PER 종목은 상대수익률 개선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