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끝내 홍범도 흉상 이전…육군 “맥아더·백선엽 검토 없었다”
한덕수 총리, 홍범도 장군 향해 “소련 공산당 자격 가졌던 사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교내 세워진 홍범도 장군 흉상을 끝내 이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1800t급)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육사는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며 “홍범도 장군 외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 그리고 박승환 참령 등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충무관 입구, 그리고 박승환 참령의 흉상은 충무관 내부에 설치된 상태다.
국방부와 육군은 육사 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 및 이전하는 대신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나 백선엽 장군 등 다른 인물 조형물로의 대체 등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육사에서 아마 최적의 방안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보다는 독립공적을 보다 잘 선양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게 논의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및 이전 여부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1800t급) 함명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홍범도함과 관련 ‘주적’과 싸워야 하는 군함이라는 이유로 명칭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 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우리의 주적과 전투해야 하는 군함”이라며 “군함에 소련 공산당 자격을 가졌던 사람 (명명은)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국방부에서 검토하리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육군은 육사 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맥아더 장군이나 백선엽 장군의 흉상을 설치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먼저 맥아더 장군 흉상과 관련 “육사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검토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백선엽 장군 흉상에 대한 질문에도 “앞의 답변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홍범도 장군을 제외한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흉상을 육군 박물관으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그 부분도 구체적으로 지금 결정된 것이 없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육사의 학교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시설물 재배치 등이 현재 검토되고 있고 그 속에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물 재배치를 통해 우리의 시대별 국난극복이라든가 한미동맹 등을 기념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 나갈 것”이라면서 “관련해서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사는 지난해 11월 학교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교내 시설물 재배치를 과제로 선정하고 지난 1월 시설물재배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중이다.
위원회는 홍범도 장군 흉상의 이전 장소 등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