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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금융거래를 시작한 청소년 절반가량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전용 유스앱을 통해 처음 거래를 시작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부모님과 함께 은행을 방문해 용돈 통장을 만들던 세대가 지나가고, 애초부터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대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성향이 강한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25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중은행의 생존전략이 될 잘파세대’ 보고서를 공개했다. 잘파세대는 201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용어로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린다. 태생부터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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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올해 6월 잘파세대를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8~9명은 시중은행을 통해 처음 금융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의 경우 5명 정도만 첫 금융거래로 은행을 꼽았다. 나머지 절반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청소년 전용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금융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 동안 청소년이 선호하는 금융 서비스에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이에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만 14세부터 가입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미니가 2020년에 출시돼, 현재 중고등학생이 목표였음을 감안할 때 디지털 플랫폼의 침투가 금융거래 패턴을 바꾸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 대표적인 청소년 금융 서비스인 카카오뱅크미니는 출시 3년째에 가입자수 177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현재 만 14~18세 인구의 80%에 달하는 비율이다. 보고서는 처음부터 자신들을 위한 특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연스레 시중은행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고등학생이 인지하는 금융사 브랜드 순위에서도 빅·핀테크 브랜드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장 잘파세대로부터 얻는 수익성은 많지 않다. 2010년 이후 출생자인 알파세대는 전체 인구의 10% 정도고, 만 24세까지 범위를 넓혀도 규모는 20% 남짓이다. 당장 주요 경제활동인구(25~64세)가 60%임을 감안할 때,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고객군으로 보기는 힘들다.

KB국민은행이 에스파와 함께 제작한 ‘리브 넥스트’ 광고 영상.[KB국민은행 제공]

하지만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 환경에 익숙한 이들 세대로부터 비롯될 미래 시장을 고려하면, 시중은행의 위기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이 잘파세대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에서도 잘파세대를 공략한 플랫폼을 만들고 각종 이벤트나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21년 금융플랫폼을 모방하는 ‘리브 넥스트’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도 같은 해 초·중학생을 위한 체험형 금융플랫폼 ‘아이부자 앱’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잘파세대 공략을 위해서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금융의 핵심가치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 연구위원은 “잘파세대가 은행에 기대하는 핵심 가치는 돈을 모으고, 편리하게 쓰는 데 있다”며 “은행은 단편적인 관심 유발보다 이들의 핵심 기대가 실현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벤트, 게임 등 활용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