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허용됐지만 우리나라의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내 경제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자국민 해외 단체관광 허용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2017년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단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5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18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사드 배치 전인 2016년 807만명에 달하던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7년 417만명으로 떨어졌던 것이 2019년 602만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다시 대폭 감소했다. 2022년 입국자수는 23만명으로 2017년의 35분의 1, 2019년의 26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엔 코로나 방역 해제에 힘입어 55만명으로 늘어났으며 7월 입국자 수는 24만명으로 2019년 7월(52만명)의 46% 수준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추세라면 8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30만명 돌파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단체관광은 자유여행보다 집객 효율성이 높고 객단가가 높다. 중국 관광객이 연 100만명 정도 추가 입국할 때마다 한국 면세점의 연간 시장 규모가 8000억~9000억원 정도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의 1인당 평균 지출 경비는 3898달러로 전체 국가 평균(3047달러)보다 높은 편이다.
기획재정부가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대응해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9월 초에 발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해당 방안에는 항공편 증편, 중국 내 비자신청센터 확대, 국내 소비 촉진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관광시장의 ‘큰 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은 여행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중국 여행수지는 2019년 64억6220만달러에서 2022년 3억4160만달러로 19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지만 관건은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들어올 것이냐다. 중국 국내 경기의 부진과 미중 갈등 등이 중국 관광객 수 증가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중국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 미중 갈등과 자국우선주의가 조성되면서 이전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단기간 내 드라마틱한 개선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고, 중국인들의 역내외 여행 수요 회복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우리나라 여행수지는 내국인의 해외 관광 수요가 외국인의 국내 관광 수요보다 높은 구조적 이유로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79억달러 적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58억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서비스수지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적자로, 경상수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만큼 회복하지 못한다면 코로나 방역 완화로 내국인들의 보복 수요가 올라온 상태에서 여행수지가 단기간 내에 적자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