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간편결제 생태계가 월 결제액 13조원을 돌파하며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금 없는 세상’을 넘어 ‘지갑 없는 결제 시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간편결제의 시장은 점차 크지만, 가맹점 수수료 등 업계 내 관련 제도와 규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국에서 간편결제사의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공시 제도를 시작했음에도 해당 공시가 공정경제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다. 영세·소상공인의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들도 발의된 지 오래지만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월 13조원씩 간편결제 쓴다
20일 헤럴드경제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결제금액’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삼성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NHN페이코 4사의 간편결제 금액의 합이 12조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5월 12조9156억원을 기록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애플페이(현대카드)의 결제금액을 고려하면 13조를 훌쩍 돌파한 셈이다. 애플페이는 지난 3월에 월 229억원의 결제액을 기록하고 그 이후의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4사의 결제금액은 6월에도 12조6040억원을 이어갔다. 5월보다 소폭 감소한 건 휴가철이 시작되며, 국내결제 대신 해외 결제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간편결제 금액의 증가세는 삼성페이가 견인했다. 삼성페이의 6월 결제액은 6조418억원으로, 4사 총액(12조6040억원)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47%나 된다. 삼성페이의 결제액은 지난 1월(5조4135억원) 대비해서도 반 년 만에 11%나 성장했다. 지난해 1월(4조2502억원)과 비교하면 1년 반만에 47% 증가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카카오페이와의 격차를 더 넓혔다. 지난 6월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3조6081억원으로 카카오페이(2조4774억원)보다 1조원 더 많았다. 이달 네이버페이가 4사 중 차지하는 결제금액 비중은 28%, 카카오페이는 19%에 그쳤다. 성장세를 봐도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1월 대비 26% 성장했지만, 카카오페이는 15% 성장했다. 네이버페이는 최근 애플리케이션(앱)과 삼성페이 결제 시스템(MST)을 연동해 오프라인 결제를 하면 포인트로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는데, 이 서비스가 크게 인기를 끌며 결제액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편결제 시장이 점차 확대되며 가장 불안해하는 카드사다.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해 ‘오픈페이’를 출시했지만, 이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픈페이는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로 지난해부터 빅테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다. 하지만 참여사가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4개사에 그치고 BC카드가 이달 입점한다.
국회 “공시가 능사는 아냐…새로운 관점의 규제 필요”
한편 일각에선 간편결제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영세·소상공인의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업체의 자율적인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공시제도를 시작했다. 운영 실태 및 수수료 변동 추이 등을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를 위한 이슈 분석’을 통해 “간편결제 업체로 하여금 수수료를 공시하도록해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는 현행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제도의 도입 취지 및 전자금융거래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공시는 일응 의미가 있지만, 이미 소수 업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므로 새로운 관점의 규제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에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가맹점, 선불업자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영세·소상공인 우대수수료율 적용 ▷관련 원가에 근거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수수료를 정하도록 하는 적격비용 체계를 도입하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은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만으로 소상공인 부담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