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백화점에서 일어난 흉기난동 사건으로 국민이 두려움과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바로 하루 뒤인 오늘도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든채 배회하는 용의자가 붙잡혔다. 또한 대전에서는 한 고등학교에 난입한 괴한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잇따라 △강남역 △논현동 일대 △잠실역 △한티역 △부산 서면 등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파악된 살인 예고 글은 20개가 넘는다"며 "예고 글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 이유도 없이 ‘수십명의 사람을 죽이고 죽겠다’는 끔찍한 살해 예고글 들이 올라오고 있어 시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 경찰은 급히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경찰력을 늘리고 법무부도 이 같은 ‘묻지마 범죄’에 대해 형법을 고쳐서라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하 지원단)이 이런 흉폭한 범죄의 배경으로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정신질환을 범죄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입장문을 냈다.
지원단 측은 "우선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깊은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 “용의자가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 중”, 혹은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를 하거나 ‘정신질환 진단 확인’ ‘분열성(적) 성격장애 진단’ ‘대인기피증·성격장애’와 같이 피의자의 정신질환 진단명을 언급하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며 "하지만 이런 사건 발생 시 ‘조현병’과 같은 특정 질환을 언급하며 마치 사건용의자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추측성 보도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신과적 진단이 곧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암시돼서는 안 되며 진단 이력이 확인됐더라도 사건과 정신질환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을 언급하고 진단이력을 명시하는 것은 사건의 원인이 정신질환이라는 것을 암시하게 돼 정신과 질환으로 힘듦을 겪는 수많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을 조장하게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지원단은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한 혐오는 결국 치료와 회복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범죄행위에 대한 분노는 정당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정신질환자들을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회복의 길로 나아가려 했던 그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화돼 환자들 스스로가 음지로 숨어들고 치료의 기회를 외면하는 것은 아닐지, 또한 사회적인 격리와 제재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닐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 낙인 반대, 차별 금지, 그리고 정신질환을 대하는 태도에서 균형 있는 시각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중앙지원단은 정신건강 정책자문 및 지원기구로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및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자살에 대한 보도 권고와 같은 보도 기준을 언론과 함께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의의 사건으로 고통을 감당하고 있을 피해자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