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 외부활동 피하고 화상도 조심...
폭염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발효중인 2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기록적인 폭염 상황에 1일 오후 6시를 기해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임세준 기자

폭염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최고 33~35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유럽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로마는 46도까지 치솟아 탈수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가 20% 늘었고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관광지도 대부분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남부에서는 역대 최고기온 최장 기록이 연일 새롭게 씌여지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지역도 실인적인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가며 이어지고있다.

▶급성 온열질환 방치하면 사망까지 갈 수 있어, 코로나19 재유행 겹쳐=온열질환은 비교적 가벼운 일사병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까지 다양하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26~29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55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도 지난 주말(29~30일)에만 12명(추정 포함)으로 파악됐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어 코로나와 온열질환 증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사병(열탈진)’은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혼미 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는 "일사병은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러나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발견되면 급속냉각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위에 오래 노출되었으나 땀이 나지 않고 오심 · 구토 · 의식 변화가 있다면 ‘열사병’을 의심해야한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콜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에서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 일사병과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는다. 대신 오심, 구토가 심하고 의식 변화가 나타난다. 심부체온은 40도가 넘어간다. 이 경우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빠르게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외에도 폭염에 장시간 운동으로 '열경련'이 발생했다면 시원한 그늘에서 해당 근육을 스트레칭 시켜주고 안정을 취하면서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을 마시거나 보충하게 해야한다. 대용으로 1리터 물에 소금 한 두 티스푼을 넣은 것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

몸이 극심한 더위에 적응하지 못해 실신하는 ‘열실신’에는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이나 맥박에 주의하면서 머리를 낮게 해주고 수액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피부가 달아오르고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기는 ‘일광화상’을 예방하려면 구름이 없는 맑은 여름날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살인적인 폭염, 외부활동 피하고 화상도 조심...

▶폭염에 취약한 고혈압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 여름에는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기쉽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약 자체가 혈관 확장제 성분이므로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증상을 더 느끼기가 쉬우며 심한 경우 실신이나 이에 따른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과 습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질 때에는 장시간의 외부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한다면 낮은 강도에서 장시간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역도 운동이나 머리가 하지보다 아래로 가는 운동(거꾸로 매달려 윗몸 일으키기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심혈관계 이상을 초래하고 혈당과 혈압을 높인다.

▶심장질환자는 여름철 한낮 외출은 피하는 것이 상책=심장병 환자들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맥박수가 올라가거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낮의 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날씨가 선선한 시간대에 하길 권장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는 "운동 중 가슴이 조이는 통증이나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실신 또는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면, 꼭 병원에 내원해 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운동 후 덥다고 급하게 찬물로 샤워하면 더운 날씨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 또 동맥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되어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심정지가 일어날 수 있다. 열을 식히기 위해 급하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