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냉방 피하고 습도 50%가 적정
스트레칭·걷기운동으로 유연성 유지
고온다습하면 무좀·피부염도 극성
“아이고 무릎이야, 내일 비가 오려나보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을 귀신같이 알아맞힌다. 습도와 기압의 영향으로 관절 내 압력이 커져 통증과 부기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여러 관절염 가운데서도 류마티스관절염은 높은 습도와 저기압에 민감하게 반응해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관절염 환자는 장마철에 질환 악화를 경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또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창궐하기 쉽다. 또 비와 땀 속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불순물에 의해 피부가 손상될 우려가 높다.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피부감염성 질환으로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과 사타구니 부위의 완선, 그리고 간찰진 등을 꼽을 수 있다.
▶장마철에 관절염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관절염이란 관절에 염증이 생겨 관절이 아프거나 붓는 질환이다. 퇴행성관절염과 류마티스관절염이 대표적이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오랜 기간 사용하다보니 연골이 점차 닳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말 그대로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염증성질환이다. 아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퇴행성관절염이 주로 체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생기는 것에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은 초기에는 손에 잘 생기다가 점차 병이 진행되면서부터는 큰 관절에 나타난다.
날씨에 따라 관절염 증상이 심해지는 건 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바는 없지만, 습도가 높거나 저기압일 때 관절 통증이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장마전선이 가져온 저기압으로 인해 관절 내부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평소 인체 내부 관절과 평행을 유지하던 압력에 불균형이 생겨 관절 내 활액막에 분포한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높은 습도도 근육을 자극한다. 관절에 좋은 대기 중 습도는 50% 내외다. 그런데 장마철에는 대기 중 습도가 최대 90%까지 높아진다. 습기가 체내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아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하게 한다. ‘비가 오면 삭신이 쑤신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느는 건 이처럼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이 관절의 통증과 부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장마철에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경우가 많아 야외활동이 줄어든다. 평소보다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는 것도 통증이 강해지는 원인이 된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관절 주변 근력이 감소해 관절이 더 굳고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장시간 냉방은 관절 주변 근육 긴장시켜...대기 중 습도는 50%가 적정=장마철이 되면 주변이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바뀐다. 높은 습도를 낮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에 손이 간다. 하지만 냉방기를 장시간 켜둘 경우 관절염 환자는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은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신경을 더욱 압박한다. 자연스레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통증을 완화시키는 물질과 영양분 분비가 줄어든다.
관절 건강에 좋은 대기 중 습도는 50% 내외다. 실내 습도가 높다고 냉방기를 지나치게 오래 틀면 대기 중 습도가 50% 보다 낮아져 관절염 환자에게 안 좋을 수 있다. 냉방기를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장소라면 긴 소매의 겉옷이나 무릎담요로 찬바람 노출을 줄인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한다.
▶무리한 활동 삼가고 통증 심한 경우 찜질·약물 요법 시행=통증을 개선하려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게 좋다. 쪼그려 앉거나 뛰는 등 관절에 힘이 가해지는 운동을 삼간다. 찜질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한랭요법은 통증이 급성으로 발생하거나 열이 날 때 시행한다. 온열요법은 증상이 만성일 때 실시한다. 온찜질은 관절 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약을 먹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참지 말고 진통소염제를 먹는 게 좋다.
▶스트레칭으로 관절 유연성·근력 유지=관절염 증상이 있으면 일단은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이 어느 정도 경감되지만, 심하게 움직이면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이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오해해 모든 운동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 관절염으로 통증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신체활동을 줄인다. 이로 인해 관절기능이나 근육이 계속 약화된다.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 움직임이 불안해져 통증은 더욱 심해진다. 장마철에 아프다고 해서 방 안에만 있기 보다는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하면서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 장시간 누워있으면 다리로 가는 혈액 순환이 줄어든다. 신체 각 조직이 혈액으로부터 산소를 이용하는 능력도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근육이 빠지고 관절 유연성이 떨어진다.
관절 통증을 줄이려면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관절염에서 동반되는 심한 피로감도 호전된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향상돼 쉽게 숨이 차고 피곤한 증상이 사라진다. 뼈가 튼튼해지면서 골다공증과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근력이 좋아지고 관절이 유연해진다. 목과 어깨, 팔꿈치, 손, 허리, 엉덩이, 무릎, 발목 등 모든 관절의 가동범위가 커진다. 정신적인 긴장도 풀어준다. 장기간의 투병으로 인해 가라앉아 있는 관절염 환자의 정신건강을 밝게 해준다. 비가 잠시 그칠 때 주변을 걷거나 실내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신발과 옷은 젖은 상태로 방치하지 말고 충분히 말려서 사용하기=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잘 번식한다. 특히 장마철에는 신발을 두세 켤레 준비하고 번갈아 신는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다음에 신어야 한다. 사타구니 양쪽에 생기는 무좀인 완선은 발에 있던 무좀균이 사타구니로 옮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 무좀과 완선은 병변 부위를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적절한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될 수 있다.
▶피부 맞닿는 부위 건조하게 유지, 빗물 닿은 곳 방치하지 않기=두 피부 면이 맞닿은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고온다습한 여름에 잘 생긴다.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면 어디든 생긴다. 특히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한다. 이는 염증반응으로 이어져 붉은 반점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약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호전될 수 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