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한경연 해산 및 한경협으로 새출발 앞둬
전경련 복귀 아닌 ‘새 단체’ 가입에 명분 실려
[헤럴드경제=김지헌·양대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재계 ‘맏형’ 위상 회복에 속도를 올린다. 예정대로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마치고 정식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아 리더십 재편을 도모한다. 단체명도 ‘한국경제인협회’로 탈바꿈하며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전경련 ‘복귀’가 아닌 한국경제인협회로 가입할 수 있는 ‘명분’ 마련에도 나선다. 전경련의 환골탈태 움직임에 4대 그룹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전경련 혁신을 위한 정관 개정과 총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혁신안에는 전경련과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통합안과 전경련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로의 변경하는 안이 담겼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5월 “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전경련을 한국경제인협회로 재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한경연을 해산하고 한국경제인협회에 흡수하기로 했다. 삼성 등 4대 그룹은 2016년 K스포츠·미르재단 후원금 논란 등으로 전경련에서는 탈퇴했지만 한경연에서는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한경연으로부터 해산 계획을 전달 받은 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계열사 경영진이 회의를 거쳐 한경연 해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총회는 다음달 하순 경으로 잠정 정해졌다. 이 총회를 거쳐 한경연 해산·통합과 한국경제인협회로 단체명 개칭이 정해진다. 특히 차기 회장 인선과 4대 그룹 복귀 가시화도 동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8월말 총회에서 회장을 서로 선출할 것”이라며 “추천받고 있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8월 총회에서 4대 그룹이 탈퇴한 단체에 다시 들어오는 것 자체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합류 수순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 복귀’가 아닌 ‘한국경제인협회 가입’이라는 새로운 명분 확보가 유력한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4대 그룹은 전경련을 탈퇴한 뒤 문재인 정부 동안 철저히 거리를 뒀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전경련 역할이 부각되면서 전경련과 4대 그룹 간 ‘스킨십’도 끈끈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지난 3월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주최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4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등에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경련이 기획한 국민 소통 프로젝트 ‘갓생(God生) 한끼’에 참여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이 내년도부터 회비 납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후문도 따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삼성이 가입 포문을 열지 여부다. 삼성의 경우 관련 안건은 5개 이사회 및 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삼성 참여에 따라 나머지 그룹도 가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도 4대 그룹 실무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회장 후보도 복수로 지속 접촉하며 설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 풍산 회장 유력설에 대해 풍산 측은 “현재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