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5일 오후 2시. 삼성전자의 정기 성과급 중 하나인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에서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나왔습니다. 경기 침체로 지난해에 비해 보너스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늘 승승장구하던 반도체 부문의 직원들은 충격이 더 큽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번 ‘월 기본급의 100%’를 받아왔지만, 올 상반기는 ‘월 기본급의 25%’로 4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하반기는 어떨까요?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보너스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칩만사에서는 상반기 반도체 시장 현황과 하반기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년 전엔 기본급 100% 받았는데…” 뒤바뀐 분위기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각 사업부에 상반기 성과급인 TAI를 공지하고 오는 7일 일괄 지급할 예정입니다. TAI란, 해마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지급되는 성과급입니다. 사업부 실적을 토대로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상반기 TAI 지급서를 받아든 직원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직원들은 ‘월 기본급의 25%’ 수준의 TAI를 받게 됐습니다.
DS부문 직원들에겐 지난 2015년 TAI 제도를 시행한 이래 역대 최저치입니다. DS부문 직원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번 최대 수준인 기본급 100%를 받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기본급 50%라는 TAI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상황이 악화된 것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나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MX·VD사업부는 기본급의 50%, 의료기기사업부는 75%를 받을 예정입니다. 생활가전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는 25%로 책정됐습니다.
올 상반기는 ‘역대 최악의 반도체 한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1분기 4조58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오는 7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데,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삼성전자 DS부문이 약 4조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분기에 비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거의 생산원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입니다. 가전·스마트폰 등 완성품 재고가 여전히 넘쳐나니 반도체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3분기까지는 ‘암울’…4분기 진짜 반등?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 직원들은 하반기에는 상반기 보다 나은 TAI를 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즉각적인 반등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지속적인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낙폭은 줄었지만, 습니다. 3분기에도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올 1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20% 가량 급락했고, 2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소한 4분기는 돼야 확실한 개선 신호가 나타날 것이란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D램,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고 4분기에는 상승 전환해 각각 전 분기 대비 9%, 4% 오를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3의 직접 수혜를 받으면서 신제품 DDR5의 출하량이 증가해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연말 하반기 TAI를 지급받고, 내년 1월 초과이익성과급(OPI)를 받게 됩니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연간 경영실적에 따라 최대 연봉의 50%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성과급입니다.
상반기 내내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이어갈 것이 유력한 만큼, 하반기 실적에 직원들의 ‘두둑한 보너스’가 달려있습니다. 지난달까지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올 연간 적자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 연말 삼성전자 직원의 표정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