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핵무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계획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그늘이 다시 드리워지는 듯하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의 핵위협은 계속돼왔다.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부대들에 특별 대비태세 돌입을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올 들어선 2월에 미-러 핵무기 군비통제 협정에서의 철수를 선언하더니 우크라이나의 접경국인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를 배치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핵위협 속에서도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는 핵보유국인 러시아에 대해 영토 양보 등의 가능성은 일절 배제한 채 2년째 재래식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간 재래식 전쟁 사례가 상당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중국의 교전 사례부터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중동전쟁, 영국의 포클랜드 전쟁, 미국과 중국이 치렀던 베트남과의 전쟁 등이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해 발발한 1991년 걸프전쟁 역시 핵보유국 미국과 비핵국가 이라크 간 재래식 전쟁이었다.

이런 종류의 전쟁들만 탐구한 연구결과에서는 최소 두 가지 공통점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는 비핵국가가 핵무기 위협 때문에 전쟁을 포기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비핵국가들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며 전쟁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걸프전쟁 사례를 보면 미국의 베이커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용 결과는 핵보복이라는 식으로 핵위협을 감행했다. 그때 이라크의 후세인은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와 비밀 회담에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1991년 2월 말 모스크바에서 이라크는 그동안의 쿠웨이트에서의 방어태세를 풀고 이라크 군대를 철수시키겠다는 의지의 변화를 소련에 전달했는데 이것은 핵위협 때문이기보다는 그때까지 약 한 달간 지속된 미국의 항공 공격으로부터의 손실이 축적된 상태에서 지상공격까지 임박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에서 비핵국가의 행동 변화는 핵위협보다는 재래식 전쟁의 진전과 더 긴밀하게 연계되고는 했다. 오늘날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의 행동 변화는 러시아의 핵위협보다는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이나 서방의 무기가 더는 필요 없을 정도로 재래식 전쟁에서 실패하는 등의 일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재래식 전쟁만을 치르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핵위협으로 인한 영향도 재래식 전쟁의 진전과 함께 평가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핵무기의 대량 파괴능력은 오늘날 그 어떤 무기로도 대체할 수 없고, 그 때문에 절대무기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러나 절대무기라는 표현 자체도 무려 80여년이나 오래된 용어이고, 그후 지금까지 역사는 핵위협을 동반한 재래식 전쟁 사례를 계속 축적해왔다. 따라서 우리도 북핵 문제에 맞서면서 핵무기를 절대무기로만 여겨 논외로 하기보다는 핵무기와 재래식 전쟁과의 관계를 면밀히 탐구하며 우리의 국방력 건설 방향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