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가입 면제 대상이지만 불안한 임차인들
전세보증 미가입 시 제재 수위 강화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임차인과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주택임대사업자 A씨는 임차인이 갑작스레 제안한 ‘보증보험 가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의 경우 임대사업자지만 요건이 맞아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데, 임차인이 보증보험 미가입에 동의를 해주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다. A씨는 “면제 대상인데 세입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올 초부터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부터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됐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필수요건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 같은 경향에 보증보험 가입 면제 대상에 해당하는 주택임대사업자들은 난감해졌다. 2020년부터 주택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나, 2021년 9월 정부는 면제 조항을 넣어 해당 법률을 개정했다. 보증금이 낮은 원룸·다세대 등까지 임대보증금 보증을 의무화할 경우 임대사업자 부담이 크고,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세입자에 부담을 전가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돼서다.
대표적인 면제 대상은 법적 최우선 변제금 이하 전세인 경우다. 서울 5000만원 이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용인·세종·화성·김포 등은 4300만원 이하, 기타 지역은 2000만원 이하로 최우선 변제금이 책정되면 보증보험 의무 가입이 면제된다. 단, 면제 대상이더라도 임차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보증료의 75%는 임대인, 나머지 25%는 임차인 부담이다. 반면 임차인 측에서 보증보험에 가입 시 해당 보증료 전부를 임대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임대사업자 B씨는 “면제 대상임에도 임차인 동의를 받아야 하고, 또 임차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액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임대사업자 전세보증보험 미가입 제재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앞서 강서구에서 전세 사기를 친 일당들이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0만원 이하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음에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71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0건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과태료 조항에 더해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임차인은 민사소송을 통해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6월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