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의 검찰·감사원 ‘비민주적 권력’ 비판에 인용

이재명 “모든 국민은 자유롭다. 어떤 국민은 더 자유롭다”

조국 사태·돈봉투 사건·김남국 코인 등도 비판 가능

동물농장, 공산주의 독재·혁명 권력의 위선 풍자 소설

국회 연설에서 ‘조지오웰’ 인용한 李, 누가 정말 ‘나폴레옹’일까?[이런정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영국 소설가 조지오웰이 쓴 ‘동물농장’의 문장을 인용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지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의식을 빗댄 표현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과 감사원 권력을 활용해 사실상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 대표는 “헌법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은 우리 대통령을 지킨다며 국민을 향해 쉼 없이 칼을 휘두른다”며 “완장 찬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권익위와 선관위를 무릎 꿇리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치 현실에 대해 ”모든 국민은 자유롭다. 어떤 국민은 더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국회 연설에서 ‘조지오웰’ 인용한 李, 누가 정말 ‘나폴레옹’일까?[이런정치]
동물농장 영문판.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동물농장’ 원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로 번역돼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으로 꼽힌다. 짐마차를 끄는 말 클로버가 농장 권력을 잡은 돼지들이 정한 ‘7계명’에 대해 깨달은 바를 문장으로 옮긴 것이다.

‘동물농장’은 소련 공산주의 독재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조지오웰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늙은 흰 수퇘지 '대령'은 “인간과 인간의 모든 방식에 대한 증오”가 동물들의 의무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을 기반으로 농장주 인간인 존스를 몰아내고 권력을 쟁취한 돼지 나폴레옹은 혁명 동지였던 또 다른 돼지 스노볼을 축출한다.

스탈린을 떠올리게 하는 돼지 나폴레옹은 트로츠키를 투영시킨 돼지 스노볼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소비에트 민중으로 비유되는 짐말 복서를 죽인다. 일련의 사건을 옆에서 지켜본 짐말 클로버는 본인들의 혁명을 나름대로 규정하며 이 대표도 인용한 문장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국회 연설에서 ‘조지오웰’ 인용한 李, 누가 정말 ‘나폴레옹’일까?[이런정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날 낮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연합]

‘동물농장’은 공산주의 독재를 비판하는 소설로 유명한 동시에 혁명 권력의 ‘위선’을 꼬집는 대표적인 문학 작품이다. 이 대표는 ‘동물농장’을 인용해 현 정권의 비민주적인 ‘권력 행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지만, 촛불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와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후 지난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의 상황을 겨냥한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파면시키며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대선 후 한겨레가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20명에게 ‘민주당의 최대 패착’을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12명이 ‘조국 사태’를 중요 분기점으로 꼽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 ‘자신의 범죄·비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위선적 기득권’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는 것이다.

국회 연설에서 ‘조지오웰’ 인용한 李, 누가 정말 ‘나폴레옹’일까?[이런정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연합]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후에도 민주당을 향한 '도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촛불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았던 정당의 최대 무기 가운데 하나가 도덕성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실은 ‘위선’이라는 국민적 공분에 연이어 직면하고 있는 처지다.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민주당을 탈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역시 돈봉투 사건의 피의자인 윤관석, 이성만 의원도 민주당을 탈당한 상태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를 출범시키는 배경에는 다른 사태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큰 충격을 줬기 때문”이라며 “도덕성을 무기로 해야 할 진보진영에서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구시대적인 부패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연설에서 ‘조지오웰’ 인용한 李, 누가 정말 ‘나폴레옹’일까?[이런정치]
가상자산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15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지난달 5일 처음 논란이 불거진 이후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며 탈당과 국회 윤리위 제소 등으로 이어진 김남국 의원의 코인투자 논란 역시 민주당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이 상임위원회 활동 중에 핸드폰으로 코인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거셌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코인 투자 자체가 비판 받을 일은 아니지만 국회의원 신분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코인 투자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위선적인 모습이 국민 감정을 건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