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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지만, 육아는 특히 워킹맘에게는 지옥(hell)처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들의 고충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적극 환영합니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교육부가 연내 초등 돌봄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늘봄학교 시범 교육청·학교를 확대하기로 했다.
늘봄학교 시범 운영으로 초등 돌봄 대기 수요의 약 43%가 해소됨에 따라 올 초 시작한 늘봄학교 시범 운영 학교를 214개 초등학교에서 300곳으로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애 맡겨놓고 일이나 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를 장시간 학교에 맡기는 정책 보다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돌봄 대안으로 떠오른 ‘돌봄교실’·‘늘봄학교’…대체 뭐길래?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저소득층·한부모·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 자녀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초등 돌봄교실 수는 1만4970개로 총 29만2068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하지만 신청 인원이 많아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3월 기준 돌봄교실 대기 수요는 약 1만5300명에 달한다. 학교 공간과 인력 등의 문제로 돌봄교실을 이용하려고 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어 돌봄공백을 호소하는 맞벌이 가정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결합한 개념으로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정책이다.
교육부가 지난 2월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등 5개 교육청과 214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늘봄학교 운영…돌봄 대기수요 43% 해소 효과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학교 시범 운영으로 돌봄 대기 수요의 43%(약 6600명)이 해소됐다.
올 4월 말 기준, 돌봄 대기 수요는 전국적으로 8700명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5572명으로 가장 많고 경남(928명), 강원(918명), 충북(345명) 순이다.
충남·부산·대전·울산 등은 대기 수요 전체를 해소한 반면, 경기도는 아직까지 19%만 충족된 상황이다.
교육부는 돌봄 대기 수요 해소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늘봄학교 시범 운영 교육청·학교를 각각 7~8곳, 30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초등 돌봄교실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대기 수요가 많은 학교는 특별실(과학실·음악실 등)·도서관 등을 활용해서라도 돌봄 공간을 마련토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돌봄교실을 증실하고, 기존 학교 공간을 아동친화적 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도 추진할 방침이다. 필요시에는 모듈러(조립식) 활용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도별·학교별 사정을 고려해 돌봄전담사, 퇴직교원, 실버인력 등 다양한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하반기에는 가칭 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돌봄교실 신청 자격도 단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돌봄수요가 높은 다자녀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 돌봄이 더 필요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신청 자격 부여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어른도 힘든 12시간을 학교에, 아동학대 아니냐” vs “현실적으로 감지덕지한 일”
늘봄학교를 확대해 학교 돌봄 대기수요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일부에서는 썩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맞벌이 가정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건 알겠지만, 늘봄학교를 늘려서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아이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 안정된 애착을 갖고 아이가 성장해갈 곳은 가정인데, 정책은 '우리가 아이를 봐줄테니 밖으로 나가서 일해라'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이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다는 워킹맘 A씨는 "학교나 지자체에서 아이들을 저녁 8시까지 돌봐주다는 것이 과연 맞는 정책인가. 아이를 남에게 맡겨서 키우게 하는 정책이 맞벌이 부모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지 않느나"며 "부모는 일터로 내몰고, 애 맡겨놓고 일이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늘봄학교를 만들어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남이 맡아주는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육아근무시간 단축제도를 늘리고, 남녀 구분없이 어느 정도 시간을 강제하도록 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고,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게 해주는 아이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워킹맘 B씨는 "내 아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지, 애 봐줄테니까 죽어라 일하라는 것을 부모들이 원하는 건 아니다"며 "저녁 8시까지 집에 안가고 학교에 있고 싶어하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지영(47)씨는 "늘봄학교는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며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12시간이나 있으라는 거냐"고 비판했다.
늘봄학교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을 대체로 성장기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는 근로시간에 좀 더 여유를 주는 쪽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늘봄교실 확대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공백이 심각한 만큼, 늘봄학교를 확대해 돌봄 대기수요를 해소하면 당장 맞벌이 가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 C씨는 "우리 사회에서 일하면서 아이 키우려면 돌봄 공백이 얼마나 많이 생기느냐"며 "그래서 아이를 학교에서 8시까지 맡아준다는 제도가 나온 것인데, 오히려 감지덕지해야 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 박지영(43) 씨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이 어려운 만큼 대안으로 늘봄학교가 나온 것 같다"며 "아이를 8시까지 학교에 두고 싶은 학부모가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 보다는 학교에서 데리고 있으면 마음이 편한 부모도 있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