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복직 과정서 어려움 토로해도

‘중증 질병이나 장애’ 아니면 수용 안돼

자녀 있는 기혼여성, 경력단절 비율 더 높아

“자녀양육과 일 병행 어려워”…대안 마련해야

편집자주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지만, 육아는 특히 워킹맘에게는 지옥(hell)처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들의 고충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적극 환영합니다.

“육아휴직 후 장거리로 ‘복직’ 발령…‘실신 위험’ 있는데 어쩌나”[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지방 소도시의 한 학교에서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올해 만 3세, 만 1세인 두 자녀를 두고 있다. A씨는 지난 2022년 인사 발령시, 왕복 약 3시간(140km)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발령이 나자 조기 진통이 오면서 육아휴직을 하게 됐다. 올 9월 복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A씨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이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신장에 부담이 될까 봐 피로하지 않게 조심하고 있는데다 유급병가가 없어 대부분의 병원 진료에 연차를 사용하고 있다”며 “저는 올들어 한 두달에 한번 꼴로 반복적인 실신 증상을 보이는 ‘미주신경성실신’ 판정을 받아 장거리 운전 시 위험 부담이 큰데다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있어 장거리 인사발령이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첫째는 조음장애로 주 1회 언어치료를 권고받고 있고, 둘째는 인지영역에서 추적검사 소견이 나와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A씨는 토로했다.

A씨는 “지난 번 인사를 앞두고 사전 상담을 진행했는데, 인근에 자리가 있었는데도 장거리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며 “이번에도 복직을 앞두고 장거리 지역으로 발령이 나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2년 당시 인사고충을 제기했지만, ‘중증의 신체적 질병 및 장애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심사에서 반려됐고, 이번에도 인사고충 재심을 청구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A씨는 “반복적인 실신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장거리 운전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냐”며 “자녀가 없었다면 원거리 지역 발령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어린 두 자녀를 조부모 도움 없이 사실상 오롯이 혼자 키우는 상황인데, 말단 공무원인 저도 이런 고충이 큰데, 사기업에 다니는 워킹맘들은 얼마나 답답한 상황이 많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한편으로는 큰 기쁨이긴 하지만, 주변 지인들에게는 ‘아이를 낳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며 “육아를 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일하면서 애 키우기 힘드네”…통계서도 입증

“육아휴직 후 장거리로 ‘복직’ 발령…‘실신 위험’ 있는데 어쩌나”[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이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에 비해 경력단절 경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양육과 일 병행의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만 25∼54세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25∼54세 여성 중 단 한번이라도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은 10명 중 4명(42.6%)꼴이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성의 경력단절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5.0%) 조사 때보다 7.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또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7.8년에서 8.9년으로 늘어났다.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 월 임금(214만3000원)은 경력단절 이전(253만7000원)의 84.5% 수준이며,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현재 임금은 경력단절 경험이 없는 여성의 84.2% 수준이다.

결국 경력단절이 임금 격차를 유발한다는 의미다.

특히 모든 세대에서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은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 보다 경력단절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 사유로는 자녀양육과 일 병행의 어려움(39.9%), 믿고 돌봐줄 양육자 부재(29.7%), 믿고 맡길 시설 부재(10.7%) 순으로 응답했다.

코로나로 인해 여성의 경력단절이 더욱 심화됐지만, 코로나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A씨처럼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연구 책임자인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일 가정 양립제도를 남녀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제도가 오더라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