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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지만, 육아는 특히 워킹맘에게는 지옥(hell)처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들의 고충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적극 환영합니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매년 140만명 정도의 여성들이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데, 압도적인 이유가 육아와 가사부담 때문이다. 이런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현재 100가구 당 1가구 정도만 가사도우미를 쓰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의 도움을 받아서 이를 대중화할 필요가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올 3월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사도우미는 내국인과 중국 거주 한국동포에게만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에 가사도우미를 개방하면 일하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이지만 반대여론도 거세다.
'과연' 저렴한 가격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을지, '급여 차별'로 역풍을 맞진 않을지, 나아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쓰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을 지가 쟁점이다.
저임금 장점, 진짜 있을까?…최저임금이 걸림돌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추진된 배경에는 ‘저임금’이라는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건의하면서 "한국에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경우 월 38만~76만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며 "아이 때문에 일과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평균 한달에 600싱가포르달러(약 6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과 대만에는 최저임금 제도가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아니다.
홍콩의 입주 가사도우미 최저임금은 월 4730홍콩달러(약 86만원)이며, 대만은 월 2만대만달러(약 86만원)이다.
하지만 2017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달리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더라도 이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줘야 한다면, 금전적인 면에서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20만원이며, 주 40시간 근무와 유급 주휴수당을 고려한 월 최저임금은 201만580만원이다.
여기에다 홍콩, 싱가포르처럼 왕복 항공권 비용과 보험료 등을 가정해 납부해야 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월 250만원 안팎인 한국이나 중국 동포 가사도우미와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다.
저출산 해법 될까?…언어·숙소·내국인 일자리 침해 등 우려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으로 출산율을 정말 끌어 올릴 수 있을지도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각각 0.7명과 1.05명으로, 한국(0.78명)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아니다. 현재로선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효과는 낸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 근로자 관련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한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의 주요 정책 목표는 저출생 극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라며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이나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서는 통계상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활성화되려면 숙소 제공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홍콩이나 대만, 싱가포르에서는 가사도우미가 기본적으로 가정에 입주하므로 사생활이 보호되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민간기업이 고용하는 만큼, 기업이 숙소를 제공한다.
결국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소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다문화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어머니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어서 아동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며 "어머니도 아닌 외국인 노동자가 돌봄을 하게 되면 어떤 영향을 줄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외국 인력 도입으로 자칫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인 가사 서비스 종사자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줄었다.
또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사 서비스 종사자의 59.0%는 60대, 33.2%는 50대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하다.
"저렴하다면 고용할 생각 있어" vs "내 손으로 키우는 환경 만들어야"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대해 엄마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면 얼마든지 고용할 생각이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 입주 도우미 가격은 월 300만원이 훌쩍 넘는데다 해마다 오르고 있어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워킹맘 김모(45) 씨는 "둘째를 가지려고 보니 이모님 비용이 엄청 올랐더라. 6년 전에 2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저 같은 워킹맘은 둘째는 엄두도 못낸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렴하게 도입된다면 고민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킹맘 최모(38) 씨는 "지난해 주 6일 입주 도우미를 월 300만원에 구했는데, 요새는 400만원이 넘어간다"며 "신생아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고, 어린이집 보내더라도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는 또 도우미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한달에 350만~400만원 가까이 하니 부담이 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도입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찬성했다.
찬성하는 이들은 대체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되고 사람만 괜찮으면 100만원 이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긍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보다는 육아에 도움이 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개선, 가정보육 육아수당 인상 등에 좀 더 주력해야 한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선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걸림돌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인 만큼, 충분한 수의 어린이집만 해결돼도 굳이 외국인을 들여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문제 개선, 초등 돌봄교실 증설, 가정 육아수당 상향 조절 등이 더 육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의 워킹맘 김모(43) 씨는 "엄마, 아빠가 아이랑 보내는 시간을 만들어야지, 외국인 입국시켜서 남한테 맡길 생각을 하냐"며 "어차피 남이 키우게 할 거면 누가 애를 낳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김미래(가명·48) 씨는 "한국인 입주도우미가 주 5일에 330만~350만원, 조선족이 주 5일에 270만~280만원 정도로 일반 직장맘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인데다 이 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많은 가정에서 본인의 월급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도 도우미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애 낳고 키우겠느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