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다가오는 집주인, 역전세에 시름

갱신권 사용 대신 신규 계약 선호 집주인도

세입자 중도 퇴거 가능성 최대한 낮추고자

“세입자님 제발 이사가지 마세요” 신규, 갱신계약 집주인은 고민중 [부동산360]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단지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문에 아파트 급매물과 상가 임대 등 현황이 붙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 A씨는 세입자 B씨와 전세계약 만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계약갱신청구권(갱신권) 사용 갱신계약을 하자는 세입자의 말에 고민하던 A씨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B씨에게 신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역제안했다. A씨는 “갱신권 사용은 임차인 마음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일방적 퇴거 통보 가능성과 같은 불확실성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계약서를 새로 쓰면 혹여나 B씨가 계약기간 중간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새 임차인 구하기, 복비, 이사비 등은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 몫이기 때문에 중개업소에 가서 신규 계약을 하자고 이야기해봤다”고 했다.

#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 C씨는 최근 세입자 D씨와 전세계약 만기 3개월을 남겨두고 2년 계약 연장을 위한 계약서를 새로 쓰기로 합의했다. C씨는 “중도 해지 가능성이 있는 갱신권 사용이나 묵시적 갱신이 아닌 새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향을 원했는데 다행”이라며 “역전세라 최대한 세입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내부 수리도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 감액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안심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집주인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가속화된 전셋값 하락세에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임차인과 연장 계약을 앞둔 집주인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A씨와 C씨처럼 기존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해, 갱신권 사용 및 묵시적 갱신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세입자의 중도 퇴거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하는 집주인 사례도 보인다. 갱신권을 사용하면 묵시적 계약 갱신 규정이 준용돼 세입자는 언제든 갱신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집주인은 통지 3개월 이내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하락한 상황에 단기간 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울뿐더러 새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중도 계약 해지 가능성이 작은 신규 계약을 원하는 셈이다.

다만 갱신권 사용 여부는 온전히 세입자의 권한이기 때문에 집주인이 갱신권 미사용을 강요할 수 없다. 또한 신규 계약은 갱신에 비해 하락한 현재 전세 시세를 반영해 보증금을 상대적으로 더 낮춰줘야 할 가능성도 있고, 세입자가 갱신권 사용권리를 2년 뒤로 유보해놨기 때문에 그때의 시장 상황에 따라 집주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례로 갱신권을 쓰지 않고 2년 전 10억에 맺었던 전세계약을 현재 시세에 맞춰 수억 낮춰 새로 계약한다면 나중에 전셋값이 회복됐을 때 다시 10억 선을 어떻게 맞출 거냐 하는 문제가 있다”며 “갱신권 사용을 2년 뒤에 한다면 인상폭이 최대 5%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계약으로 중도 퇴거 시 복비 등의 비용이 세입자 몫이 된다고 해도 투자 목적인 집주인들은 잔돈밖에 안 된다”며 “상황에 따라 셈법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거래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는 33.4%로 나타나, 지난 2020년 8월 제도가 시행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셋값 하락 여파로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감액 갱신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입자님 제발 이사가지 마세요” 신규, 갱신계약 집주인은 고민중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