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동당국이 중소기업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장 위험성평가 방법'을 담은 위험성평가 지침을 시행한다.
대기업과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은 빈도와 강도를 추정해 위험성을 평가할 역량이 부족한 탓에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지침은 의지가 있는 중소기업에는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역시 사업장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어, 위험성평가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22일 위험성평가 지침 개정 시행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시)'을 개정해 22일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사업장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 발생 가능성 및 중대성을 추정해 감소 대책을 수립,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실제 2019년 작업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 가운데 33.8%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위험성평가 방법이 까다로웠던 것이 주요인이라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위험성평가 의 정의에 재해가 일어나는 빈도(가능성)과 강도(중대성)를 추정해 위험성을 결정토록 해왔다. 예컨대 노사가 직관적으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돼 바로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는 작업인데도,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와 통계를 찾아 위험성을 빈도와 강도를 숫자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의 사망·부상·질병의 빈도와 강도를 계량적으로 추정·결정토록 하는 문구를 삭젝하고, 위험요인 파악과 개선대책 마련에 집중토록 위험성평가를 새로 정의했다.
위험수준 3단계 판단법 등 쉽고 간단한 평가법 제시
특히, 중소기업이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쉽고 간편한 체크리스트, 핵심요인 기술법(OPS), 위험수준 3단계(저·중·고) 판단법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금까진 최초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후 1년마다 정기 위험성평가를 실시토록 해 왔지만, 개정 고시엔 최초평가 시기를 사업장 성립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착수토록 명확히 하고, 정기평가는 앞서 실시한 위험성평가 결과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것도 인정토록 개선했다. 대신 공정이나 기계·기구 변동이 잦아 수시평가를 매번 실시하기 어려운 업종 등을 고려해 상시평가 제도를 신설했다.
매월 사업장 순회점검, 아차사고 점검, 근로자들의 상시적 제안제도를 활용해 1회 이상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매주 안전·보건관리 및 도급관리자 등이 모여 그 결과를 논의·공유토록 했다. 매주 안전·보건관리자 및 도급관리자 등이 모여 그 결과를 논의·공유하고, 매 작업일마다 근로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파하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를 실시하면 수시·정기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간주한다.
무엇보다 고용부는 위험성평가에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근로자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진 유해·위험요인 파악 등 일부 절차에만 근로자 참여가 가능해 위험성평가를 효과적으로 실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정 고시에선 위험성평가의 전체 과정에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그 위험성을 근로자의 경험에 비춰 판단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위험성평가에 따른 위험성 감소 조치 결과를 TBM을 통해 근로자에 알려 항상 유해·위험 요인의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현재 지침에는 위험성 감소 조치 결과가 제거되지 않고 남은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규정돼 있었다.
고용부는 이번 고시 시행에 시행에 맞춰 '새로운 위험성평가 안내서'를 발간하고, 안전보건공단은 기존의 온라인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ras.kosha.or.kr)에 이번에 추가된 위험성평가 방법을 적용했다. 또, 6월말까지 '새로운 위험성평가 집중 확산 기간'으로 정하고, 위험성평가 방법 안내서 및 사례집을 추가 제작·배포한다. 민간재해예방기관을 시작으로 6월 중 지방고용노동관서별로 신청을 받아 사업장 안전관계자 대상 설명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위험성평가 UCC 공모전도 개최한다.
위험성 평가, 안해도 그만? "법 개정안 마련 추진"
다만 이번 고시 역시 각 사업장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빠져있어 고시 개정을 통한 효과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위험성평가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마련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2년 산업재해 현황 중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 사망자는 총 8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828명) 대비 46명 증가한 것이다.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 2021년 828명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 다시 소폭 늘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노동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를 나타내는 '사고사망 만인율'은 0.43‱(퍼밀리아드)로 전년과 같았다.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이 365명(41.8%)으로 가장 많았고, 5인 미만 사업장이 342명(39.1%)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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