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속 깊은 초등학교 5학년 선주. 한국전쟁으로 아빠를 잃고, 동생을 저 세상에 떠나 보내고, 심지어 엄마랑 떨어져서 외할머니와 살지만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장에서 사온 작은 고양이 '비비'만이 선주의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벗이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썼다는 얘기는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박경리가 지난 2006년 출간한 '돌아온 고양이'가 17년여의 세월을 지나 시대의 감성에 맞는 삽화로 새로 치장하고 다시 돌아왔다.
동화 '돌아온 고양이'는 사실 박경리가 지난 1957년 '현대문학' 10월호에 발표된 단편소설 '영주와 고양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와 문장으로 고쳐 쓴 이야기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외할머니와 같이 사는 선주의 슬픔과 희망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시대적 비극에서 비롯된 개인의 절망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던 박경리의 솜씨가 동화에서도 제대로 표현됐다.
동화의 줄거리는 외할머니와 함께 지방에서 사는 12살 소녀 선주의 이야기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 민이 마저 뒷동산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바위에서 떨어져 죽는다. 엄마는 생활비를 번다며 서울로 올라간 후 감감 무소식. 아이들이 성장하는 매 순간 소중했던 인형을 잃어버리거나 좋아했던 옷이 작아지는 등 소소한 이별을 경험한다 해도 선주의 이별은 시대적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 가혹하다. 상심에 젖어있던 선주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존재는 할머니가 장에서 사온 고양이 '비비'다.
동화를 읽을수록 기시감이 드는 것은 이 동화가 작가 개인의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의료 사고로 아들마저 먼저 보낸 작가의 개인사가 이 동화에 담겨 있다는 게 이 책을 출간한 다산북스 측 설명이다. 이 동화에서 작가가 투영된 인물은 선주보다 ‘서울로 돈을 벌러 올라간 엄마’인 듯 보인다. 실제로 책 속에서 선주가 피난의 기억을 떠올릴 때 동생을 업은 엄마에 대해 '늘 집에서 책만 읽고 아이를 업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대단히 고된 모양'이라고 표현한다.
아빠와 동생을 먼저 떠나 보내고 엄마도 서울에서 돌아오지 않은, 그나마 위안을 줬던 고양이 '비비'마저 사라져버린 이때, 과연 선주에게 희망이나 행복이 찾아올 수 있을까. 고단한 현실을 묵묵히 견뎌낸 선주에게 따스한 봄날 같은 하루가 올지….
돌아온 고양이/박경리/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