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요즘 애들은 너무 산만해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죠. 심지어 긴 글을 읽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요. 휴대폰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봐요”
소위 ‘요즘 세대’들의 집중력 저하는 부모들은 물론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교사 등 모든 어른들이 지적하는 문제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고, 애들과 수다를 떨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당최 뭘 하는 건지, 하긴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집중력 문제는 사실 그들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기성세대도 보통은 나이 탓으로 치부하긴 하지만,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현대인들의 집중력 저하의 주범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시시각각 울려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알람 소리, 그 속에서 짧은 메시지와 영상으로 소구되는 다양한 정보들에 탐닉하느라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그의 신간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비만처럼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에 있는 뇌과학자, 물리학자, 수의학자 등 전문가 250명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의 원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했다.
우선 현대인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멀티 태스킹' 업무 방식은 집중력에 치명적이다. 우리의 뇌는 동시에 한 두개의 생각밖에 못하는 단순한 존재인데,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려니 과부하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 밀러 MIT 공대 교수는 "사람들의 망상처럼 우리는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 저 일 옮겨가며 일하는 것"이라며 "여러 작업 사이를 오가며 순간순간 뇌를 재설정하며 전환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소득 신고를 하고 있는 누군가가 금방 온 문자를 확인한 후 다시 소득 신고에 집중했다면 문자를 슬쩍 확인하는 데 걸린 5초 외에, 뇌가 다시 소득신고 처리 상태로 돌아오는 데 수 분이 걸린다. 만약 문자가 한 통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와 자주 확인한다면 그만큼 뇌가 재설정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만큼 일 수행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진다. 이것이 바로 밀러 교수가 말한 '전환 비용'이다.
이와 함께 줄어드는 수면 시간 역시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수면 과학자 찰스 체이슬러에 따르면, 수면 시간 중 인간의 뇌는 뇌척수액으로 뇌의 대사 부산물 즉 독성 단백질을 제거한다. 일명 '브레인 워싱'이다. 따라서 잠이 줄어들면 뇌 속에 독소가 점점 쌓여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인의 40%가 만성 수면 부족 상태이고 영국인은 23%가 하루에 다섯 시간을 채 못 자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 감소 때문에 집중력에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록산느 프리처드 미니애폴리스 대학 심리학 교수는 수면 부족 상태가 되면 마치 술을 마신 상태처럼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18시간(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깨 있을 경우) 내내 깨어 있다면 하루가 끝날 무렵 반응 속도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일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면 부족은 집중력 뿐 아니라 기억력, 창의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이같은 집중력 저하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기능 저하, 나아가 사회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위기와 같은 글로벌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하고, 시민들도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만큼 긴 시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지만 산만한 상태에선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당장 우리가 함께 집중하지 않으면 이상 기후로 인한 산불에 홀로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지음·김하현 옮김/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