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 외국인이 보는 '한국 기업' 문화란 [북적book적]

▶초기업(마이클 프렌티스 지음·이영래 옮김, 안타레스)=기성세대와 MZ(밀레니얼+Z세대) 간 대결 구도로 그간 조직을 지탱해오던 위계질서가 작동하지 않은 한국 기업을 제3자의 눈으로 분석했다. 한국학 연구로 유명한 영국 셰필드대 한국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프랜티스는 지난 2011~2015년 서울 소재 기업 4곳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국 기업이 ‘이윤 추구’라는 과거 기업의 존재 근거로는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찍이 깨달았다고 진단한다. 이에 ▷개인의 능력 구별 ▷동등한 참여 ▷탈위계 등으로 정의되는 '초기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기업이 탈위계 사회에서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 지에 대해선 여전히 모호하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특히 과거의 체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오늘날, '노동의 의미'를 재정의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호함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직장인들은 자신이 일하는 기업에서 성장해 잘 살기를 희망하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자기 능력에 대한 인정인지, 바람직한 조직 시스템인지 의견이 엇갈린다는 설명이다.

대결 구도를 이루는 기성세대 및 MZ세대에 대해 일방의 편을 들지 않는다. 세대 혐오로 확대된 '나이든 (남성) 관리자' 이미지가 사실 일관적이지 않는다는 점, MZ세대가 하는 합리적 주장에도 모순이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파란 눈 외국인이 보는 '한국 기업' 문화란 [북적book적]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제시카 바움 지음·최다인 옮김, 부키㈜)=항상 힘든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다. 자신 역시 남자와 연애로 혼란스러운 20대를 보낸, 미국 팜비치인간관계연구소 설립자인 제시카 바움은 그의 신작을 통해 연애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바움은 현재의 인간관계나 연애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자신의 애착 패턴과 그 원인이 되는 과거의 상처를 되짚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인의 낭만적 애착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절반 이상이 안정 애착형이며, 나머지는 회피형·불안형 등 불안정 애착형에 해당된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불안정 애착형은 보통 어렸을 때 관심과 보살핌을 못 받아 '유기 공포'라는 상처를 갖고 있거나 아예 감정의 방치를 겪어 감정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고통을 피하려고 독립적인 성향으로 자란다. 이러한 과거의 상처를 확인했다면 과거에 필요했지만 얻지 못했던 감정들을 채우는 '자기 채움'을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신경 가소성' 능력 덕분에 애착 체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자기 채움' 과정을 통한 애착 회복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내 묵은 상처나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두려웠다면 안전을, 고통스러웠다면 위안을 내 자신에게 건넨다면 내면을 뒤흔들던 불안이 걷히게 된다는 게 필자의 해법이다.

파란 눈 외국인이 보는 '한국 기업' 문화란 [북적book적]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드 용 지음·양병찬 옮김, 어크로스)=머리 중앙에 2개의 눈을 가진 인간은 자연계 전체로 볼 때 표준일까, 아닐까.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에드 용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200개의 눈을 가진 가리비는 많은 눈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처럼 장면을 인식하지 못하고, 눈이 8개인 깡충거미는 중앙 눈으론 패턴과 모양을, 보조 눈은 움직임을 추적한다. 시각적 측면만 봐도 동물들은 인간과 다른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에드 용은 그의 신작에서 동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이 정의한 '환경세계'를 주요 개념으로 가져온다. 지구에는 다양한 소리와 진동, 냄새, 맛, 전기장 및 자기장 등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물들은 자신의 감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계의 일부만 인식한다는 기조다. 인간들은 자신에게 없는 감각을 가진 동물을 초자연적이라고 느끼지만, 사실 동물에겐 자연스러운 감각이라는 것이다. 지반 진동으로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 코끼리나 자기장을 이용해 5~10년 간 대서양을 항해하는 거북 등이 대표적이다.

에드 용은 동물들의 신기한 감각을 소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행하는 '감각 오염'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잊지 않는다.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을 걱정하지만, 사실 동물들은 해양 소음이나 밝은 조명 등 '인간이 추가한 자극'으로 고통스럽다. 인간이 아무생각 없이 채워넣은 빛과 소리는 수백 년 간 이곳에서 살아온 동물들을 내쫓고 그들의 의사소통을 무력하게 만든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지만, 감각 오염은 불을 끄고 엔진 소리를 줄이면 바로 해결될 문제다.